▲피아노 전시장에서연주해보는 아이
정슬기
어디서 피아노를 사면 좋을까 수소문하는 사이 내 마음도 두근두근 설렜다. 사실 피아노는 내게도 선망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처음 집에 디지털 피아노를 들이던 때처럼 다시 한번 가슴이 뛰었다.
나는 어릴 적 피아노를 좋아했지만 피아노를 꿈꿔본 적도 가져본 적도 없는 어린아이였다. 그땐 먹고사는 것만도 빡빡한 시절이었다.
피아노를 처음 본 건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2학년 때 짝꿍 집에서였다. 산동네에 살던 나는 친구집이 멀끔한 계단을 올라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구조의 아파트인 것도 모자라, 거실 한가운데에 거대한 피아노가 있음에 깜짝 놀랐다.
그 피아노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쳐주시던 풍금보다 멋졌고, 소리도 좋았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내게 친구가 피아노 뚜껑을 열고 건반을 두드려 보였을 땐 마치 동화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피아노에 대한 로망을 갖게 된 건 아마그게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문턱이 닳도록 친구 집을 드나들었고 친구에게 피아노 치는 법도 배웠다. 아마 피아노를 갖고 놀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텐데 나는 계이름도 악보도 볼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없이 배우는 피아노 연주도 나름은 쓸 만했다.
우리는 2학년때부터 3학년때까지 한 반이었는데 그 사이 나는 제법 어려운 곡도 완주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악보 보는 법은 몰랐지만, 도레미파시도 건반의 위치와 멜로디를 외워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
이 무식한 교습법이 효과가 좋았던 건지, 반복의 힘인지 나는 그때 배운 고양이 행진곡을 지금까지도 막힘없이 연주할 수 있다. 내가 어린 딸아이에게 처음 들려준 것도 바로 이 곡이었다. 딸아이도 어릴 때의 나처럼 발랄하고 경쾌한 이 곡을 좋아했고 나에게 더듬더듬 계이름을 배우며 피아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 가본 피아노 전시장은 공장을 끼고 있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고 그랜드, 디지털, 어쿠스틱 피아노 이외에도 기타, 드럼,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장으로 가는 복도에는 피아노 제작과정을 담은 패널이 걸려 있어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복도 창밖 너머로는 수백 개가 족히 넘어 보이는 통나무들이 눈길을 끌었다. 아마 저 통나무로 피아노를 만드는 것 같다고 말하자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