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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순찰차 사망사건에 장애인단체 "가슴이 찢어진다"

경남장애인부모연대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촉구... 40대 지적장애인, 문 안 잠긴 순찰차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해 사망

등록 2024.08.21 19:41수정 2024.08.2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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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상남도경찰청.

경상남도경찰청. ⓒ 윤성효


경남 하동군 진교파출소에 세워뒀던 경찰 순찰차에서 40대 지적장애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장애인단체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경남장애인부모연대는 21일 자료를 내어 "하동 순찰차 뒷좌석에서 숨진 40대 지적장애인의 고통스러운 죽음에 장애인부모들은 분노한다"라며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경찰 설명을 종합한 사건 경과는 이렇다. 40대 지적장애인 A씨는 15일 오후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었다. 16일 새벽 2시 11분께, A씨는 진교파출소로 걸어들어가 순찰차 뒷문을 통해 차량 안으로 들어갔다. 약 36시간이 지난 뒤인 17일 오후 2시께 A씨는 순찰차 뒷좌석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아버지는 17일 오전에 파출소로 찾아가 A씨의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순찰차에 탑승한 지 12시간가량 뒤인 16일 오후 2시 전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일 부검 결과 사인은 '고체온증으로 추정'된다. 당시 하동 지역은 폭염특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 아냐...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사고"

경남장애인부모연대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날씨에 밀폐된 차 안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간 발달장애인을 생각하면 부모들의 가슴은 찢어진다"라며 "더욱이 순찰차의 특성상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는 구조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인 지적장애인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울분과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다"라고 했다.

이들은 "요즘 시대에, 공공기관에서, 그것도 경찰서 경찰차 안에서, 이 폭염에, 지적장애인이 갇혀 고통스럽게 죽어 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라며 "차 안에 들어간지 36시간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참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비극적인 사태가 비참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라고 했다.


"비단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은 아닐 것"이라고 한 이들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사고임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의 최대 희생자는 발달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남장애인부모연대는 "문이 이유없이 열려 있지 않았다면, 차량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점검했다면, 장시간 차량 안에 사람이 방치될 경우 사이렌이 울리는 등 무언가의 조치가 있었다면, 40대 발달장애인은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라. 그리고 누군가의 책임 소재가 발생한다면 철저하게 조사해서 중징계하라"고 요구했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순찰차는 15일 오후 4시 56분에 마지막 운행한 뒤 45시간가량 움직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순찰차가 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인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순찰차는 문을 잠그지 않으면 외부에서 들어갈 수는 있지만 뒷좌석 내부에서는 열 수 없도록 돼 있다. 범죄자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다. 또한 뒷좌석과 앞좌석 사이에는 안전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파출소 주차장에는 순찰차 2대가 주차돼 있었는데, 1대는 문이 잠겨 있었고 A씨가 들어갔던 순찰차는 문이 잠겨 있지 않았었다.

경찰은 순찰차 관리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 감찰을 벌이고 있다.
#순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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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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