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활동모습대리기사님들의 조직화를 위해 자정이 넘어 아웃리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전여주
대리운전 사장님들은 말이 좋아 사장님이지, 취약계층 노동자이고 노동자의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어(자영업으로 취급) 제대로 된 노동자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런 노동자들을 결속시켜 대리운전 업체들과 대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하고 작게나마 처우개선을 위해 대리기사님들을 만나려고 새벽에 텐트를 치고 아웃리치를 진행하셨다.
이런 헌신 덕분에 처음 경기지부장에 취임하셨을 때 조합원 10여 명에서 200명까지 조합원이 늘어나는 기적과 같은 일을 만들어내기도 하셨다.
그 뿐이 아니다. 전국에 이동노동자쉼터를 만든 당사자이고 작년 7월 시행된 대리기사님들의 산재보험 적용도 모두 이분이 노력한 결실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실제 조합원이 누리는 이익이 정말 많지 않다며 공제회를 설립하여 대리기사님들의 어려운 삶의 사정들을 서로 돌아보게 하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항상 짱짱하던 목소리에 힘이 빠지셨고 병원에서 약을 타오셨다고 했다. 정확히 어디가 아픈 거냐고 여쭤봐도 병원에서도 딱히 병명이 안 나온다고 하셨다. 그때만 해도 워낙 연세가 한창(55세)이시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이시니 잠깐 그러시다 말겠지라고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그분의 삶은 더 대단했다. 경기도 광주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시는데 앞장서셨고 지역에서 시의원으로 출마도 하셨고 젊으셨을 때 노동당 창립멤버로 활동하시면서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누구보다 열심이셨던 분이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끔 사시는 동네에 가서 함께 식당이나 어딜 가더라도 알아보시고 인사하시는 분들이 참 많았었다.
이런 삶을 사시느라 그러셨는지 자신을 위해서는 가정도 꾸리지 않으셨다. 내게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다. "내가 조직화만 잘 끝나면은 꼭 법무사 공부해서 나머지 인생은 폼나게 한번 살아볼라구. 그때 같이 자장면 먹어줄 거지?"
이렇게 말씀하시면서도 막상 쉽사리 자신을 위한 삶을 살지 못하셨다. 그렇게 한평생 옳은 일을 하시기 위해 빛도 잘 나지 않는 고달픈 삶을 사셨는데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홀로 셨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프다. 이분을 이렇게 보내드리면 안되는 건데... 하는 자책과 사회에 대한 회의가 느껴진다.
평생 그렇게 자신을 돌보지 않고 사셨는데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도 없이 홀로 쓸쓸히 돌아가신 후 뒤늦게 발견되셨다.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옳은 일을 선택한 대가가 이런 것인가 하는 씁쓸함을 느끼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질문을 하게 한다.
사회안전망과 사회보장제도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닌가?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지만 분명 수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삶을 가꾸지 못한 것에 대해 아무도 짐을 함께 져주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보다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가려고 할 것인가?
화려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비참하지는 않은 여생이 되도록 사회가, 국가가 울타리가 되어주는 건 그런 삶을 사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책임이지 않을까.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이제 편안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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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속에 숨어있는 비범함을 찾고 불행 속에 가끔 찾아오는 행운을 감사하면서 균형을 이룬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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