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유학생 청원에 학교 측 "논의 없이 파기"

유학생 사망 사건 이후 '외국 학생 청원서' 제출됐지만... "학교 측 대응, 실망"

등록 2024.09.03 09:17수정 2024.09.03 09:17
0
원고료로 응원
a  전남대 유학생들의 학내 추모 집회.

전남대 유학생들의 학내 추모 집회. ⓒ 김동규


지난 1일 <전대신문>에 따르면 전남대학교 대학원 측은 전남대 국제학생회 'CISA' 관계자 및 일부 유학생들이 유학생 및 시민 276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한 '외국 학생 청원서'를 논의 없이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원 측은 "제대로 된 청원서의 형태가 아니었고, 청원서에 대해 논의한 적 없다"며 "청원서를 파기했다"고 밝혔다.

앞선 지난 5월, 전남대에서 외국인 학생 A씨가 나체 상태로 자전거를 타다 형사 입건돼 논란이 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유학생들은 단체 행동에 나섰고, 청원 의사를 모아 학교 측에 제출했다.

이들은 "이 사건은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다"라며 "이번 비극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즉각적이고 포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유학생과 연구자들이 업무 전반에 걸쳐 직면하는 극심한 연구 압력과 가혹한 태도에 있다. 국제 학생들이 직면하는 차별, 괴롭힘, 과도한 업무 및 기본적 인권 침해 사건을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독립 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6월 4일 전남대 국제학생회 'CISA' 관계자 및 일부 유학생들은 '외국 학생 청원서'를 전남대 대학원, 전남대 국제협력과 등에 전달했다(관련 기사 : "교육 없고 노예제도만" 전남대 유학생들, 대학에 청원 제출 https://omn.kr/28xqb).

전남대 국제학생회 'CISA' 관계자 및 일부 유학생들의 청원서 제출 직후인 지난 6월 10일 전남대는 부총장, 국제협력과 관계자, 유학생 10명 등이 참여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후 대학원 측이 청원서를 파기한 데 이어 국제협력과 측은 "(간담회를 통해) 청원서에 담긴 내용이 실제 사례인지 듣고자 했으나 유학생들과 대면한 자리에서 아무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다"며 "실제로 있는 사례인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청원서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학교 측의 이 같은 입장이 알려지자 유학생들은 "실망스럽고,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지난 간담회를 통해 학교 측에 유학생들의 현실을 충분히 전달했으며 관련 내용 일부를 공개한다"고 했다.

a  간담회에 참석한 유학생 측이 작성한 회의록 일부.

간담회에 참석한 유학생 측이 작성한 회의록 일부. ⓒ 유학생 측 제공


이들에 따르면 간담회 참석자들은 학교 측에 "유학생들은 각자 다른 나라에서 왔고 다른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며 "주요 과목에 대해선 온라인 튜터링 플랫폼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세상을 떠난 A씨도 어려운 질문에 봉착해 주변에 물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된 답변을 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교수가 (연구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이 너무 적어서 등록금, 생활비 등을 충당할 수 없다"며 "정기적인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도 부재하다. 학업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달했다.

<전대신문> 측에 청원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학교 측 관계자는 "유학생들이 요구한 내용 중 이미 시행 중인 것이 있다"며 "대학원 익명 신고 시스템 '옴부즈맨'이 있다. 부당한 대우를 하는 교수가 있다면 대학원 익명 신고 시스템을 이용해서 적극 신고하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했던 B씨는 "전혀 들어본 바 없다"며 "전남대 유학생 중 해당 시스템의 존재를 알고 이용 방법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제대로 된 안내부터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간담회 참석자들은 대학원생에게 주어지는 부당한 업무에 대한 항의도 했다. 이들은 "주말에도 연구실에 가야 하고 이는 거부할 수 없다"며 "교수에게 평가를 비롯한 권한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간담회에서 유학생들이 처한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서 학교 측이 이번에 언급한 것과 같은 결론은 없었다"며 "학교 측 반응이 실망스럽고 믿을 수 없다(Campus' responses! Disappointing, unbelievable)"고 덧붙였다.
#전남대 #전남대유학생 #대학원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