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변화가 이제 놀이 기반 대신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가 조성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고, 그 결과 아동은 수면 박탈, 주의 분산, 중독이라는 기회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자료사진)
픽사베이
아동 중에서도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에게 소셜 미디어는 더 해롭게 작용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메타 플랫폼스(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미국 정보기술 대기업)와 소송 중인 알렉시스 스펜스의 사례를 가져와 소셜 미디어가 여자아이의 삶을 어떻게 해치는지 보여준다. 알렉시스의 부모가 자녀들의 기기 사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11세 아이가 인스타 계정을 개설해 몰래 사진을 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계정을 만든 지 5개월 후 그녀의 일기에는 '쓸모없는, 죽어, 못생긴, 멍청한, 자살해'라는 단어가 등장했단다. 알고리즘이 유도한 다이어트 조언을 따라가다 알렉시스는 8학년 때 거식증과 우울증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고, 십대 시절을 섭식 장애와 우울증과 싸우며 아팠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스마트폰에 시간을 쓰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남자아이는 유튜브 영상 시청, 온라인 비디오 게임을 주로 사용하고 여자아이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시각 이미지 중심의 플랫폼을 많이 접속했다.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다고 대답한 학생 중 여학생의 비율이 남학생보다 2배 가량 높았다.
더 외로워지는 아이들... 아버지로서 저자의 지적에 공감했다
그 결과 '나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라는 진술에 동의한 여학생의 비율이 2019년 40% 가까이 치솟았다. 실제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여학생의 관계 문제는 주로 소셜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사이버 폭력이고, 사안이 행정적으로 끝나더라도 관계의 골은 메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이트는 소셜 미디어가 여자아이에게 더 해롭다고 보는 이유를 네 가지 든다. 첫째, (이 시기) 여자 아이는 시각적 비교에 더 민감하다. 둘째, 이는 다른 아이들 관계와 평판을 해치려는 시도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여성은 감정을 더 쉽게 공유한다. 넷째, 남성이 여성에게 접근해 나쁜 행동을 하기 쉬워진다.
소셜 미디어는 관계의 수는 대폭 늘리지만 깊이는 크게 떨어뜨려, 현실 세계에서 소수의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보낼 시간을 뺏는다. 화면에서 맺은 관계로 말미암아 옆에 있는 친구와 대화할 기회를 잃어버렸고, 그로 인해 아이들은 더 외로워졌다.
조너선 하이트는 더 건강한 아동기를 위해 집단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집단 행동에는 집단 반응이 필요한데, 주요 집단 반응은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부모들이 모여서 약속하는 행위이다. 두 번째는 개인의 결정을 공동체가 도덕적인 면에서 비난을 표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기술적 해결책으로 청소년에게 맞는 프로그램과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네 번째, 법과 규칙으로 정부가 법을 만들거나 학교가 교칙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이후 실행의 주체가 되는 정부, 테크회사, 학교,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을 각각 제시한다. 그는 맺음말에서 자신이 제안한 개혁 방안을 4가지로 단순히 요약했다.
1.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을 금지한다.
2. 16세가 되기 전에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3. 학교에서 휴대폰을 금지한다.
4. 감시를 받지 않는 놀이와 아동의 독립성을 더 확대한다.
그가 제시한 4가지 방안 중 한국의 학교에서는 3번만 어느 정도 실천 중인데, 그마저도 금지를 풀어주는 상황이다. 고액 스마트폰 보관의 부담과 학생들의 강력한 요구로 몇몇 학교에서는 교내 휴대폰 사용을 허용한다.
조너선 하이트는 원래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미국의 민주주의에 손상을 입히는가'를 다룬 책을 쓰려고 마음먹었으나, 1장으로 삼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대한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도 심각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 문제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었고 당장 해결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회과학자이자 교육자, 두 십대 아이의 아버지로서 미적거릴 수 없었다고 말한다. 나도 교사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의 절실함에 공감한다.
미국에서는 '불안 세대'를 학부모들이 읽고, 실천하는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불안 세대를 자유롭게 하라(Free The Anxious Generation)'라는 표제로 10대 아이와 부모들, 교육자, 정책입안자 등이 책의 내용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미국까지 갈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는 이미 실천하고 있는 공동체가 존재한다. 바로 전국 곳곳에 있는 '대안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1주일 간 인스타 삭제'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