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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산물 '지프', 80년 넘어 전기차로 태어나다

[오마이뷰] 지프 첫 전기 SUV 어벤저의 도전, 유럽 개발자들이 직접 말하다

등록 2024.09.09 09:05수정 2024.09.0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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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어벤저는 1회 충전으로 최대 292km(WLTP 기준 400km)의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 충전기 기준 평균 약 24분 만에 배터리 잔량 20%에서 80%까지 충전도 가능하다.

어벤저는 1회 충전으로 최대 292km(WLTP 기준 400km)의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 충전기 기준 평균 약 24분 만에 배터리 잔량 20%에서 80%까지 충전도 가능하다. ⓒ 스텔란티스코리아


'지프(JEEP)'는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였던 1940년, 미국은 독일이 개발한 수륙양용차 슈빔바겐을 이기기 위해 새로운 자동차가 필요했다. 구조는 단순하고, 몸체는 견고하며, 강력한 구동력이 뒷받침돼야 했다.

1941년 윌리스 오버랜드는 미국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최초의 지프 모델 '윌리스MA' 를 생산했다. 군사 정찰용으로 네바퀴 굴림방식, 4각형의 차체, 접이식 앞 유리창과 600파운드 이상의 적재용량 등을 충족했다. 1945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프'는 65만 대가 만들어졌고, 전장터를 누비면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었다.

윌리스 오버랜드와 함께 '지프'를 만들었던 포드는 전쟁 이후 미국 자동차 회사 가운데 가장 큰 성장을 이뤘다. 이후 '군용차' 이미지였던 '지프'는 변화와 혁신을 거듭했다. '군용'을 벗어나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4륜구동'을 상징하는 자동차가 됐다. 80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지프'는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왔다. 그 중심엔 항상 '자유'와 '모험'이라는 단어가 자리 잡았다.

전쟁의 산물 '지프', 80년을 뛰어넘어 전기SUV로 다시 태어나다

a  제2차 세계대전 초기였던 1940년 미국 국방부는 군 정찰용 자동차로 4륜구동과 4각형의 차체, 접이식 앞 유리창, 600파운드 이상의 적재용량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입찰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였던 1940년 미국 국방부는 군 정찰용 자동차로 4륜구동과 4각형의 차체, 접이식 앞 유리창, 600파운드 이상의 적재용량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입찰을 받았다.. ⓒ 게티이미지


그리고 전동화 시대, 지프는 지난 2022년말 첫 순수 전기차 '어벤저'를 내놨다. 유럽시장에서 이미 10만 대 넘게 팔렸다. 2023년에 지프 브랜드 처음으로 '유럽 올해의 차'에 올랐다. 다음달 초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판매된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는 처음이다.

지프의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스텔란티스코리아의 방실 사장은 "한국 시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어벤저는) 전동화 시대를 맞이하는 지프의 방향성"이라며 "지프의 자유와 모험 정신을 시대에 맞춰 재해석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지난 4일 오후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어벤저를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을 맡은 개발자들이 국내 언론과 마주했다. 한국과 미국, 이탈리아를 잇는 삼원중계 방식을 띤 간담회 자리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프'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시장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어떻게 새로운 제품에 담았는지를 적극 설명했다.


맷 나이퀴스트(Matt Nyquist) 지프 상품기획 부사장은 "(지프는) 자유와 모험 정신을 상징한다"면서 "전 세계에 걸쳐 열정적인 고객들이 있으며, '우리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지프 브랜드를 만든다'"고 소개했다.

지프 브랜드 전략에 대해서, 1941년 지프의 초기모델인 '윌리스'의 핵심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같은 상징적인 디자인이 신제품 라인업에도 반영돼 있으며, 전동화 시대의 순수전기차 어벤저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했다.


작지만 강하고, 오래가고, 많이 넣을 수 있는… 지프 전기차 '어벤저'의 도전

a  지난 4일 오후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어벤저를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을 맡은 개발자들이 국내 언론과 마주했다. 한국과 미국, 이탈리아를 잇는 삼원중계 방식을 띈 간담회 자리였다. 이들은 ‘지프’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시장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어떻게 새로운 제품에 담았는지를 적극 설명했다.

지난 4일 오후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어벤저를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을 맡은 개발자들이 국내 언론과 마주했다. 한국과 미국, 이탈리아를 잇는 삼원중계 방식을 띈 간담회 자리였다. 이들은 ‘지프’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시장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어떻게 새로운 제품에 담았는지를 적극 설명했다. ⓒ 김종철


어벤저 프로젝트 첫날부터 참여했다는 마르코 몬테펠로소(Marco Montepeloso) 지프 유럽 상품기획 매니저는 "우리의 가장 큰 도전과제는 지프의 DNA를 작은 차체에 모두 담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작지만 강하고, 오래동안 주행 가능하고, SUV로서의 기능성도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오프로드 강자로서의 '지프'의 상징도 유지해야했다.

그들에겐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 마르코 몬테펠로소 매니저는 "소형 SUV 중에서도 어벤저는 작은 차에 속하지만, 5명의 탑승자가 자신의 짐을 갖고 편안하게 이동할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차량의 전체적인 뼈대 설계부터 바꿔야 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차량 운전석부터 2열까지 위치를 조정하고, 트렁크 역시 정사각형 모양으로 바꾸면서 공간의 최적화를 이뤘다는 것. 그는 "직접 차를 타게 되면 차체는 작은데, '공간이 많다'는 느낌이 들것"이라고 말했다.

'4륜구동'의 상징인 지프로서의 성능도 감안해야 했다. 물론 어벤저는 앞바퀴 굴림방식의 전기차다. 그는 "전륜구동 방식임에도 4륜구동 모델과 같은 오프로드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어벤저에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과 모래, 자갈, 눈길 등 다양한 주행환경에 따른 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오프로드 구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다.

지프 디자인을 맡고 있는 다니엘레 칼로나치(Daniele Calonaci)는 "(지프의) 최초모델인 윌리스에 포함된 디자인 요소들이 다른 모델에 반영돼 왔다"면서 "어벤저는 지프 브랜드에서 가장 작은 차체를 갖고 있으며, 시대적인 유행에 따라 쿨(cool)하면서도 젊음(young)과 재미적인(fun) 요소를 집중적으로 고민했다"고 했다.

전기차 포비아 극복하고 어벤저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는 "디자인을 통해 차량의 내부와 트렁크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유럽기준) 주행거리 400km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면서 최대한 단순하고, 여백을 활용하는 실내 디자인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또 "실내 적재공간도 34리터를 확보했는데, 소형 SUV 차량이 대체로 15리터 정도인 것에 비하면 2배 이상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어벤저는 지프가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e-CMP2)이 적용됐다. 몬테펠로소 매니저는 "지프의 첫 전기차를 위해 차량의 뼈대인 샤시부터 서스펜션, 휠 등을 전부 다시 설계했다"면서 "이를 통해 일반도로나 오프로드 구간에서도 굉장히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 운용과 안전 부문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배터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유럽의 스텔란티스 공장 조립 바로 옆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에서 패키징을 하며, 효율이 뛰어난 54kWh 리튬이온 배터리로 17개 모듈에 102개의 셀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 아래쪽 1열과 2열 뒷부분에 배터리가 위치해 있으며,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

a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4일 소형 전기 SUV인 '지프 어벤저'를 공식 출시했다. 어벤저는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과 지프의 핵심 DNA인 오프로드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기후와 노면에 대응하는 전천후 주행성능을 가진 도심형 SUV 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4일 소형 전기 SUV인 '지프 어벤저'를 공식 출시했다. 어벤저는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과 지프의 핵심 DNA인 오프로드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기후와 노면에 대응하는 전천후 주행성능을 가진 도심형 SUV 다. ⓒ 김종철


그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여러가지 많은 노력을 했으며, 영하 30도부터 영상 40도 등의 극한의 환경에서도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서 "차체의 경량화와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 등으로 배터리 용량을 늘리지 않고도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회사쪽에서 공개한 어벤저의 주행 가능거리는 유럽기준(WLTP)으로 400km(도심 550km), 국내 인증 기준은 292km다. 전비는 kWh(킬로와트시)당 5.0km(복합연비)다. 중국 CATL이 만든 54kWh 리튬이온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들어가 있다. 100kW 고속충전기를 쓰면 20%에서 80% 충전하는 데 24분 걸린다는 것이 회사쪽 설명이다.

'자유'와 '모험'을 추구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온 '지프'다. 전동화 시대, 그들은 또 다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과 최근 화재사고로 불거진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까지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프는 지난 80년 동안 그들만의 변화와 혁신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해 왔다. 이번엔 전기차 '어벤저'가 나설 차례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지프순수전기차 #어벤저 #오프로더의강자 #군용차 #2차세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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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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