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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거부" 70여 차례... '문재인 수사' 검찰은 빈손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 공판 전 증인신문] 결정적인 증거·자료 제시 없었다

등록 2024.09.09 16:48수정 2024.09.0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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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국회의원(전주을)이 6일 전주지검 앞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사 중인 검찰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국회의원(전주을)이 6일 전주지검 앞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사 중인 검찰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참고인인 신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을 법정에 세웠지만, 소득이 없었다. 신 전 행정관이 70여 차례 증언거부권을 행사했고, 재판장이 검찰의 반발에도 증인신문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9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2단독 한정석 부장판사 심리로 신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범죄 수사에서 없어서는 아니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참고인이 조사에 불응하는 경우 판사에게 증인 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을 관리하는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이었던 신 전 행정관이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면서 그를 법정에 세웠다.

신 전 청와대 행정관 70여 차례 "증언 거부"
검찰, 빈손 퇴장... 결정적인 증거·자료 제시 못해

신 전 행정관 쪽은 증인신문이 시작되자마자 증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신 전 행정관 변호인은 "검찰은 신 행정관을 청와대-이상직 전 의원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이 사건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증인이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어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라 증언을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자신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주지방검찰청 검사들은 즉각 반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서◯◯의 취업 경위에 대해서 신 전 행정관이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는지 참고인 조사를 하려 했지만, 1회 조사 때 답변을 일체 거부한 이후 출석을 불응했다"라고 했다. 이어 한정석 재판장에게 "처벌 염려가 있다는 주장은 억지로 보인다. 증인에게는 증언 거부 사유가 없음을 경고해달라"라고 요청했다.

한정석 재판장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검찰의 증인신문이 시작됐다. 검사는 첫 번째 질문으로 2024년 2월 전주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물었고, 신 전 행정관은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답변했다.


검사는 "수사 절차와 관련한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는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국가적인 의혹이 있는 사건의 진술을 확인하려는 것인데 정당한 사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사는 다소 감정적으로 "다른 사건에서는 대통령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에 대한 감찰을 한다고 스스로 밝혔으면서, 이번에는 검찰이 대통령 친인척 감찰 업무를 전담한 사람으로 중요한 참고인이라고 기재해서 놀랐느냐?", "증인은 고위공직자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빈정거림이 담긴 질문도 했다. 신 전 행정관은 계속해서 증언을 거부했다.


검사는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 사이에 이상직이 증인에게 63회에 걸쳐 전화통화와 메시지를 발신하고, 같은 기간 증인은 이상직에게 22회의 전화통화와 메시지를 발신한 사실이 확인된다. 기억나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검사는 주로 신 전 행정관의 업무가 무엇인지와 관련한 70여 개의 질문을 던졌고, 신 전 행정관은 증언 거부로 일관했다.

증인신문이 시작된 지 50분 가까이 흐르자, 한 재판장이 증인신문을 중단시켰다. 검사들을 향해 "증언거부 의사가 명확하다. 더 질문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검찰은 "증언 거부가 납득되지 않는다", "나중에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가 되든 (신 전 행정관이) 어느 절차에서 다른 진술을 하면, 검찰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재판장은 "증언거부권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고 싶지 아니한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권리이다. 증인의 증언거부권 행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고, 그 행사를 막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님이 질문하시는 초반 내용들은 결국 핵심 질문을 하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라면서 "증언거부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사건 피의사실 핵심 내용에 대해 신문 기회를 주시면, 20분 내로 끝내겠다"라고 요청했지만, 한 재판장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신 전 행정관) 본인은 왜 이 자리에 와있는지 다 안다고 생각한다. 증언 거부는 최소한의 형사사법 협력 의무를 방기한 것이고, (전직) 대통령실 비서실 공무원에게 기대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정도로 하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라고 밝혔다.

결국 증인신문은 약 10분의 휴정 시간을 포함해 1시간 10분 만에 마무리됐다.

한편, 이 사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피의자로 적시된 이상직 전 의원(전주교도소 수감 중)도 화상재판시스템을 통해 증인신문에 참여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발언을 내놓지는 않았다.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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