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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급식노동자의 죽음 "죽지 않는 일터 만들어 달라"

충북서 고 이영미 조리실무사 폐암산재사망 "도교육청 재발방지대책 적극 마련하라"

등록 2024.09.13 10:51수정 2024.09.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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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도교육청 앞에 임시분향소를 마련하고 헌화를 진행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도교육청 앞에 임시분향소를 마련하고 헌화를 진행했다.  ⓒ 충북인뉴스


a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리실무사의 산재사망을 막기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리실무사의 산재사망을 막기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충북인뉴스


"교육청은 당장 급식실 폐암산재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보여주십시오. 하루아침에 배우자를 잃고 엄마를 잃은 자녀들 앞에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죽음을 맞이한 급식노동자의 영정 사진을 껴안고 통곡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박명숙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벌써 충북에서 급식노동자 2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섭씨 40도가 넘는 조리실에서 매일같이 땀으로 범벅된 채 일하고 있습니다. 몸이 부서져라 일하다 보면 각종 후유증과 질병에 시달리기 십상입니다.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죽어야 저희가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박길순 조리실무사)

지난 8일 10년간 아이들의 급식을 책임졌던 고 이영미 조리실무사가 폐암산재 치료과정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과 함께 일해온 급식노동자들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충북도교육청 앞에서 임시분향소를 마련하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교육단체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 등은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급식실 환경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교육청은 2025년까지 총 436개 학교를 대상으로 급식실 조리 환기시설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올해 계획된 시설 공사를 마무리해도 50%가량에 그친다. 여전히 급식노동자들은 환기시설이 미비한 현장에서 폐암 유발하는 '조리흄'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 단체는 충북교육청에 고 이영미 씨의 순직을 인정하고 그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사망사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12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교육청에 ▲ 배기·환기 시설 등 급식실 환경 개선 ▲ 배치기준 하향 및 대체전담인력 확대 ▲ 저선량폐CT검진 정례화 ▲ 철저한 안전 관리·감독 실시 등을 요구했다.


a  박명숙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발언하고 있다. 

박명숙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발언하고 있다.  ⓒ 충북인뉴스


김미경 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지부장은 "이번 사건은 고인의 폐암 발생과 업무 연관성이 인정받은 충북 최초의 사망 사고"라며 "높아진 급식 만족도로 인해 과도해진 식단은 급식노동자의 뼈마디를 녹아내리게 하고,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 발생의 위험성은 더 높아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충북도교육청이 노동자를 보호하고 급식 현장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정 교육공무직본부 사무처장은 "또다시 급식 노동자가 죽음을 맞이했다.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너무 죄스럽고 원통하다"며 "폐암의 원인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에 있다.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환기시설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교육부는 예산만 내놓고 방관하고 있고, 시도교육청은 예산 집행을 적절히 하지 않아 개선율은 매우 낮은 수준에 개선된 학교의 시설 또한 엉망"이라며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 개선의 요구가 과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시설 개선과 더불어 선제적인 진단과 치료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이 발표한 2022년 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1698명 중 8명이 폐암 매우의심, 4명이 폐암 의심, 31명이 경계성 결정, 432명이 양성결절 소견을 받았다.

2024년 폐암건강검진은 진행 예정이며 내년도 검진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정 사무처장은 "현재 인천, 부산, 전북, 전남 등에서 실시되는 폐CT검진 정례화는 충북에선 아예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어떻게 교육감이 폐암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를 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이상정 의원과 박진희 의원은 도의회 차원의 노력을 약속했다.

이상정 의원은 "도교육청이 고 이영미 조리실무사의 죽음에 대해서 얼마만큼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교육청은 교육 가족의 죽음에 대해 공감하고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도교육청의 책임을 강조했다.

같은 현장에서 일해 온 급식노동자들은 이들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명숙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은 "올해 폭염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조리원들의 얼굴이 용광로처럼 뻘겋게 달궈져 있었다"며 "고장 난 후드팬 아래서 환기를 위해 창문을 다 열어놓고, 2년 뒤에나 있을 환기시설 공사를 기다리면서 7월 폭염의 열기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이영미 조합원과 같은 지역 급식실에서 근무했던 박길순 조리실무사는 애도의 뜻을 전했다.

박 조리실무사는 "60대도 안 된 나이에 열악한 학교에서 고생만 하시다 병을 얻고 운명하신 고 이영미 님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진다"며 "사랑하는 동료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투쟁해 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도교육청 앞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 헌화했다. 이후 요구사항을 담은 항의서한을 도교육청에 전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산재사망 #중대재해 #충북인뉴스 #이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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