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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닦아!"...걸레통과 엄마

예전에 없던 폭염 추석을 보내며... 지구엔 엄마같은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등록 2024.09.20 11:59수정 2024.09.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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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벗어나지 못한 추석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간절히 바란다. 지독한 더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이 쑥쑥 자란다. 팔십을 앞둔 엄마는 커다란 가제수건을 목에 두르고 추석 더위와 전투중이셨다. 추석에 이렇게 더웠던 적이 없었다며 큰일이라신다.


평소엔 틀지 않는 에어컨을 자식들이 온다고 하니 미리 틀어놓으셨다. 점심상을 차리는 중, 동생이 그릇에 담겨 있던 물을 못 보고 엎질렀는데 자연스레 화장지를 뽑으려는 나를 보고 엄마는 초록빛 통에서 걸레를 꺼내 던지셨다. "이걸로 닦아!" 큰소리로 대쪽같이 말씀하셔서 뽑으려던 화장지를 쑤욱 깊숙하게 쑤셔 넣었다.

 걸레 품은 초록빛 바가지
걸레 품은 초록빛 바가지박서진

바닥을 닦고 난 후 걸레를 치우기위해 걸레통을 찾으니 대학생이 된 우리집 아이가 어린이집 다닐 때 쓰던 그 걸레통이 여전히 그자리에 있었다. 다만, 낡은 수건이 아닌 알록달록 빨아쓰기 편리한 극세사 걸레로 바뀌었을 뿐이다.

 낡은수건 재활용
낡은수건 재활용박서진

집안을 둘러보니, 화장실 앞 수납 선반 위 낡은 수건도 여전히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버리지 못하고 모아둔 수건은 발을 닦을 때, 물건을 닦을 때, 청소할 때 등 다양하게 쓰인다. 너무 쉽게 화장지와 물티슈를 쓰는 내 모습을 생각하며 반성하게 됐다.

엄마는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신다.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집안 구석구석이 맘에 들지 않는 딸들이 올 때마다 좀 버리라고 하면 "알았어" 하며 당장이라도 버릴태세지만 그건 곧 자기들 집으로 놀아갈 딸들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함이다.

일회용품도 재활용하는 엄마


 일회용용기의 변신. 말린 약초보관함
일회용용기의 변신. 말린 약초보관함박서진
 다시 쓰일 일회용 용기
다시 쓰일 일회용 용기박서진

엄마가 창고로 쓰는 방에는 깨끗하게 씻은 일회용 음식용기가 모아져 있다.

"엄마, 저거 모으지말고 그냥 버려."
"알았어. 어차피 버릴 거 한 번 더 쓰고 버릴게!"


 설거지 건조대에서 그네타고 있는 빵끈
설거지 건조대에서 그네타고 있는 빵끈박서진

엄마는 손님이 오시면 그 일회용 용기에 김치, 고추지, 고추장, 된장 등 그날 인기좋았던 음식을 담아드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건을 살 때 나오는 방부제도 모아 두었다가 큰딸에게 가는 날 가져가서 지하에서 가게를 하는 큰손주에게 전해준다.

"이거 주방 씽크대 구석구석에 하나씩 넣어둬."

빵 끈과 비닐봉지도 허투로 버리지 않으신다. 비닐봉지는 모아두셨다가 장날 시골에서 물건을 팔기위해 나오시는 할머니들께 슬쩍 건네주신다. 이 더위에도 빨래가 많지 않은 날에는 직접 손빨래를 하시고, 혼자 있는데 환하게 불켜고 있으면 전기요금 아깝다며 전등도 끄고 계신다.

어려운 시절 아끼고 아끼는 게 몸에 밴 우리 어머니들 덕분에 지금 우리가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다. 지구열대화로 환경보호가 절실한 시대에 엄마는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키운 #우리 #어머니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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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ISFP 입니다. 게으른 내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꾸준히 써 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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