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tvN <엄마친구아들>의 한 장면
tvN
석류가 위암 투병 당시 유일하게 의존했던 이는 석류의 애인이었던 현준(한준우)이었다. 현준은 휴직계까지 내고 석류를 보살핀다. 위암 치료를 마치고 석류가 우울증을 앓을 때도,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킨다.
그런데 석류는 이런 현준과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이는 석류가 현준이 자신이 힘들 때 진정으로 함께 해주지 못할 것이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암이라는 게 그렇다. 초기여서 수술로 암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예방적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를 해서 재발 가능성을 낮추었다 해도, 재발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늘 암을 경험한 자들의 마음에 남아 있다. 석류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재발을 걱정할 거야. 5년 다 채우고 완치 판정받아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거야. 늘 죽음 근처에서 발을 동동거리면서 조금 불안하고 조금 슬퍼질 거야." (10회)
이런 석류에게 필요한 건, 암을 극복하고 이겨내라는 응원보다는 힘들고 불안할 때 그 불안에 함께 머물러 줄 수 있는 돌봄이었을 것이다. 현준은 석류를 극진히 보살피지만, "넌 극복할 수 있어, 밝게 잘 견디고 있어"라며 응원만 할 뿐, 실제로 석류의 불안에 함께해주지는 못한다. 아마도 현준은 '취약함'을 인정하는 게 무척 두려웠을 것이고, 그래서 암을 이겨내는 강인한 인간의 모습을 더 찾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응원 때문에 석류는 아픈 내내 자신의 슬픔을 밀어두었을 것이고, 후에 우울증을 겪게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현준은 이를 깨닫고 석류와 이별하면서 이렇게 사과한다.
"난 어떻게든 널 일으켜 세울 생각만 했지 너랑 같이 쓰러질 생각은 못 했어 (...) 네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어. 있는 그대로의 너를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어." (10회)
만일 석류가 인간은 모두가 취약하다는 것이 전제된 사회, 그러니까 병은 이유 없이 찾아오고, 누구든 아플 수 있으며 서로 의존하고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에 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암에 걸렸을 때 가까운 이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불안과 두려움을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대신, 석류의 마음에 함께 머물러 줄 수 있었을 테다. 현준 역시 "이겨내라" 응원하기보다는 진정으로 석류의 마음에 공감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석류는 아픈 자신을 더 잘 수용해 내고 주변인들의 돌봄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취약함을 수용한다는 건, 무척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심각한 병에 걸려본 사람은 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취약함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이를 인정하고, 서로 돌보고 의존하며 함께 하는 것임을 말이다.
석류의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환점을 맞은 드라마 <엄마친구아들>. 남은 드라마의 후반부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준 각자의 꿈을 찾아가는 삶과 취약함을 수용하고 서로 돌보는 삶이 결코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 둘이 공존할 때 삶이 더 풍성해짐을 보여주었으면 참 좋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공유하기
암에 걸린 후 깨달았다, 환자에게 필요한 한 마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