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름 만지는 할아버지, 75년 지나도 아픈 마음 '여전'

▲ 25일 오전 함양군 수동면 도북리 추모공원에서 열린‘제75주기 함양 민간인 희생자 추모식’. ⓒ 함양군청 김용만

"세상 빛, 더 보지 못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지 칠십오년, / 선진들이 뿌리고 간 씨앗은 단비 없이 자랐어도 / 만산초목 낙락장송 되었네요."(차용현)

한국전쟁 전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우리 국군‧경찰에 의해 희생됐던 민간인 피학살자 유족에겐 75년이란 세월이 지나도 그 아픔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함양 '도북마을 민간인 학살사건'의 유족들이 그랬다.

함양군민간인희생자유족회(회장 차용현)는 함양군과 함께 25일 오전 수동면 도북리 추모공원에서 한군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제75주기 추모식'을 열어 고인들을 기렸다.

추모식에는 진병영 함양군수를 비롯해 차용현 유족회장과 유가족, 김윤택 함양군의회 의장과 군의원, 한상현 경남도의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억울하게 운명하신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과 헌화·분향, 추념사, 추모헌시 낭독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진병영 군수는 추념사를 통해 "한국전쟁 전후 억울한 누명을 쓰고 희생된 분들을 오늘날까지 추모할 수 있기까지는 유족 여러분들의 간절함과 노력 덕분"이라며 "함양군에서는 유족들의 상처와 아픔이 잊혀지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용현 유족회장은 "당시 억울하게 희생당한 도북마을 주민 32구의 유골을 찾아 합동묘를 만들고, 181위 위령탑을 세워 이들의 넋을 기릴 수 있도록 추모공원을 조성해주신 함양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뜻을 전하며 희생자들을 위해 직접 지은 추모헌시를 낭독했다.

그러면서 차 회장은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34년간 유족회를 위해 힘써주신 함양군 행정에 보답하고 싶다"라며 (사)함양군장학회에 장학금 200만 원을 기탁했다.

함양 도북마을 민간인학살사건은 1949년 5월부터 1950년 3월까지 민간인이었던 청장년 32명을 빨치산과 내통‧협조했다는 이유로 빨치산토벌작전을 수행하던 국군 제3연대와 함양경찰서, 특공대가 함양군 함양읍 이은리, 속칭 당거래산에서 학살했던 사건이다.

1991년 12월 당거래산에서 유골 수습이 진행됐고, 이때 나온 유골은 합동묘지로 안장됐다. 노무현 정부 때 과거사정리를위한진실화해위원회(1기)가 2008년 조사를 벌여 명예회복과 국가‧지자체의 위령사업을 권고했었다. 함양군은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과 그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2021년 수동면 도북리에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비석과 함께 추모공원을 조성했다.

다음은 차용현 회장은 추모시 전문이다.

"세상만사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데 / 흘러가는 세월은 쉬지도 않네요 //

세상 빛, 더 보지 못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지 칠십오년, / 선진들이 뿌리고 간 씨앗은 단비 없이 자랐어도 / 만산초목 낙락장송 되었네요. //

선진들이여, / 이제 짧았던 이승 생활에 연연 마시옵고 / 이 나라 인권 신장의 씨앗을 뿌리신데 만족하시어 / 활짝 웃으소서 //

늦은 감은 있지만 그 억울함이 만천하에 밝혀져, / 우리 사회에서 인명이 고귀하고 인권이 소중하다는 / 풍토가 조성되고 있네요 //

추운 겨울이 지나가면 따뜻한 봄이 오듯, / 흰 눈 휘날리는 소한, 대한도 가는 세월 잡지 못하고 / 오는 세월 막지 못하니 / 길가에 들국화는 만발했네요 //

이곳에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위령탑을 세웠으니, / 한 맺힌 가슴 털어버리고 / 범나비가 되어 하늘 높이 훨훨 날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