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냥어보 캠페인에 참여한 고객들의 인증사진(왼쪽)과 서울숲에서 열린 동해형씨 팬바자회 ⓒ동해형씨 제공
동해형씨
- 슬로건을 바꾼 후 기획한 '댕냥어보' 캠페인이 화제가 됐어요.
"슬로건이 제품과 연결돼 소비자에게 가닿도록 '댕냥어보' 캠페인을 기획했어요. 저희가 원재료로 사용하는 11종의 생선 카드를 만들고, 카드에 각 생선의 생태와 특징, 어획량 등의 정보를 적었어요. 제품을 사면 카드를 한 장씩 드리고 여러 장 모아 SNS에 인증하면 '반려동물과 함께 바다를 지키자(Save The Sea With Pets)'고 쓴 굿즈로 교환해 드렸죠. 굿즈는 사전설문을 통해서 강아지 집사들이 가장 원하는 걸 제작했는데, 1위가 강아지 밥그릇었어요.(웃음)
카드를 모아 굿즈를 받은 고객들이 굿즈를 사용하고 SNS에 사진을 올리니까 메시지가 순식간에 확산되고 팬층이 생겼어요. 내친김에 서울숲에서 동해형씨 팬바자회를 열었죠. 바다로 가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로 평소 안 쓰는 반려용품을 기부받아 판매하고 수익금을 바다환경단체에 기부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나중엔 생선 카드를 50장, 100장씩 모은 분들이 생겼고, 연말에 이분들에게 고성의 반려견 동반 숙소 숙박권을 선물해서 우리가 모은 팬덤이 자연스레 소멸위험지역인 고성관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캠페인을 마무리했어요. 댕냥어보는 동해형씨의 브랜드 가치와 비전을 담은 캠페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에요."
- 댕냥어보 캠페인으로 동해형씨를 새롭게 브랜딩하고 제품 마케팅도 하고 고성관광도 장려하는 일석삼조 효과를 거뒀네요. 김 대표가 이렇게 효과적인 캠페인을 기획한 것이 놀랍지는 않아요. 기업에서 브랜드 전문가로 일하다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창업한 걸 알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국내에 없던 수산물 펫푸드를 아이템 삼아 제조업 창업을 하고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4년 넘게 버틴 비결이 궁금해요. 시간이 좀 걸려도 결국 성공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나요?
"그럴리가요(웃음). 물론 막연하게 시작한 건 아니에요. 창업 전 기업에서 식품 브랜딩을 했는데 시장의 선호가 더 싼 제품에서 더 빠른 배송으로 변화하고, 브랜드된 전문몰이 등장하는 추세였어요. 그럼 앞으로 농산, 축산, 수산 순으로, 유통 난이도에 따라 수산이 탑티어겠구나 생각했죠. 당시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는데, 사람 먹는 식품 시장처럼 반려동물 시장도 비슷하게 흘러가리라고 예상했어요. 제가 고향이 고성이니까 어릴 때 바닷가에서 해풍에 건조하는 생선을 강아지들이 많이 훔쳐가는 걸 봤거든요. 또 반려견용 오메가3 오일에선 아주 짙은 비린내가 나는데, 아이들(반려견)이 그 향을 너무 좋아했어요.
여기에 착안해서 강아지와 향에 대해 공부하고 논문도 찾아보면서 수산물 펫푸드의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미국을 비롯한 세계 펫푸드 시장에 세 가지 큰 흐름이 있는데, 첫째는 팻휴머니제이션(Pet-Humanization)이라고 해서 사람이 하는 걸 반려동물이 그대로 같이 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주목받고, 둘째는 프리미엄화, 셋째는 웰빙 즉 건강식이 각광받습니다.
저희 제품은 갓 잡아 항구에서 입찰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국산 생선을 살만 발라 염분을 빼고 첨가물 없이 반건조한 건강식이고, 주식에 맛과 향, 영양을 더하는 프리미엄 토퍼(Topper)예요. 글로벌 트렌드엔 잘 맞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니 시간이 걸릴 거라는 생각은 했어요. 그래도 '강아지가 수산물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에 저희 브랜드로 답하기까지 3년 넘게 걸릴 줄은 몰랐지만요(웃음).
3년을 견딘 비결은, 우선 제가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고, 그 일을 잘해내려면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아야 했기 때문에 실의에 빠지거나 할 틈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공정을 표준화하고, 유통기한을 늘릴 기술적 해법을 찾고... 제품 생산과 관련된 이런 일들은 생소하고 어렵지만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성취감과 재미도 느꼈어요. 그에 비하면 브랜딩, 마케팅, 유통은 제게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국내에 시장이 아예 형성돼 있지 않은 제품의 인지도를 쌓고 신뢰를 얻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리더라고요. 론칭 후 1~2년간은 고객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뭐가 궁금하고 뭐가 걱정되고 뭘 원하는지... 고객들 질문에 답하면서 3년을 보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