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식당에서 주문한 삼겹살과 번역앱
임병도
얼마 전 식당에 가서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면서 약간 덜 맵게 해달라고 했지만 이해를 하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주문을 받는 종업원이 외국인 근로자라 한국말이 서툴렀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 식당에 가면 종업원이 외국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조선족에 한정됐다면 요샌 중국인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까지 국적도 다양합니다. 특히 제주에는 식당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일하는 모습이 그리 낯선 풍경도 아닙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식당에서 일하는 것을 반대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에서는 소주를 시원하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실외 보관한 이른바 '노지 소주'를 자주 찾습니다.
제주의 대표적인 지역 소주도 17도와 21도로 두 종류입니다. '노지 21도 하얀 거'라고 말하면 못 알아듣습니다. 결국, 답답해 직접 소주를 꺼내오기도 합니다.
식당에서 조금 오래 일한 외국인 근로자는 눈치껏 잘 알아듣지만 자주 바뀌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어려운(?) 주문은 한국인 종업원이나 사장님을 부르기도 합니다.
식당 근무 외국인 근로자는 주방 보조만 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조선족 이주 노동자만 식당에서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E-9 비자 도입과 확대에 따라 음식점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허용됐습니다. 특히 제주는 서울과, 부산, 강원과 더불어 주요 관광권역으로 외국인 근로자 채용 시범 사업이 시행됐고, 업종도 한식뿐만 아니라 중식과 일식까지도 확대됐습니다.
식당에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허용됐다고 해도 이들의 직종은 주방 보조로 손님과 직접 대면하는 홀 서빙 등에는 종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종업원 중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심심찮게 볼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