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수철 마을 정자
이완우
먼 길을 걸으면 마음은 단순해진다. 수없이 반복되는 걸음이 산줄기 따라 강물 따라 흘러갈 뿐이다. 9월의 마지막 주말, 지리산 둘레길 6코스 구간에는 가을 햇살이 한결 청량했다. 지리산 둘레길은 산줄기는 강 물결과 쉽게 어울리고, 이 길을 걷는 사람은 어느덧 산과 강이 펼쳐내는 자연의 호흡을 닮아간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동북 방향으로, 직선 거리로 10km 가깝게 수철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경호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풍현마을의 성심원까지 12km의 구간이 지리산 둘레길 6코스 구간인데, 지리산의 동쪽의 웅석봉 산자락을 멀리 휘돌아 흐르는 경호강 물결을 따라 걷는 길이다.
지리산 둘레길 6코스를 다시 작은 세 구간으로 나누면, 첫째 구간은 수철마을에서 수철천 개울을 따라 경호강까지 논길이고, 둘째 구간은 경호1교를 건너 경호강을 따라 산청읍 시가지를 보며 걷는다. 셋째 구간은 내리교를 건너 경호강을 왼쪽에 두고 성심원까지 걷는 길이다. 결국 지리산 둘레길 6코스의 개요는 수철천(작은 개울)을 따라 경호강을 찾아가고, 이 경호강의 강변길을 따라 걷는 구간이다.
수철마을에서 경호1교까지를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둘레길은 수철마을을 출발하여 논길을 걸어 지막마을과 평촌마을을 지나, 59번 국도를 가로질러 대장마을을 거쳐 간다. 경호강의 경호1교까지 4.1km의 수철천을 왼쪽에 두고 둘레길이 이어진다.
지막마을은 맑고 깨끗하게 흐르는 수철천의 풍부한 수량을 활용하여 한지(닥종이)를 만들던 곳이다. 지막마을 옆 숲이 우거진 계곡에 '자연동천(紫烟洞天) 춘래대(春來臺)'라는 글씨가 파인 커다란 바위가 있다. 남명 조식(1501~1572)이 제자들과 머물렀던 유적지이다.
평촌마은은 옛날에는 진주군 삼장면 지역이었다. 평촌마을을 지나 금서농공단지 앞에서 지리산 대원사 방면 가는 길인 59번 국도를 만난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10km 위치의 대원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삼장사라는 큰 절이 삼장사지 삼층 석탑 하나만 남아 있다. 삼장사의 암자였던 대원암이 현재의 지리산 천왕봉 등정의 중간 거점인 대원사이다.
대전통영고속도로 산청IC를 벗어나는 59번 국도는 지리산 가는 길이라고 할 만하다. 삼장면의 대원사 계곡으로 오르면 하봉, 천왕봉에 이른다. 삼장면의 중산리 계곡으로는 법계사 장터목을 거쳐서 천왕봉에 이른다. 시천면의 거림 계곡은 철쭉으로 유명한 세석고원으로 오른다. 지리산 동편 계곡이 울창한 산청 삼장면과 시천면은 남명 조식의 역사와 설화가 곳곳에 전해온다.
둘레길은 대장마을을 거치고 수철천 건너 금서농공단지를 바라보며 수철천을 건너서 대전통영고속도로 교각인 경호강2교 아래를 지났다. 수철천이 흘러들며 경호강을 만났고 ,둘레길 걸음은 경호1교에서 잠시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