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청 감식반이 7월 17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복날 살충제 사건'의 범인은 같은 마을에 사는 숨진 80대 할머니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경찰청은 '봉화 살충제 사건의 범인은 지난 7월 30일 숨진 80대 할머니 A씨로 드러났다'며 피의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앞서 초복인 지난 7월 15일 오후 1시 50분쯤 봉화읍의 한 식당에서 오리고기를 먹은 40여 명의 노인 중 경로당으로 이동한 노인 4명이 커피를 마신 뒤 심정지와 의식 저하 등의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 중환자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들 중 3명은 지난 7월 25~29일 퇴원했지만 1명은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음료수병에 담긴 커피를 나눠 마신 이들의 위세척액에서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 등 2종이 검출됐다. 또 커피를 담은 음료수병과 커피를 담은 종이컵에서도 같은 종류의 농약 성분이 나왔다.
나중에 후송된 A씨 위세척액 검사 결과... 피해자들과 같은 성분 등 검출
사건 발생 나흘째인 지난 7월 18일, 나중에 후송된 피의자 A씨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중독 증세가 나타났다. A씨는 다른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던 중 7월 30일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A씨의 위세척액을 검사한 결과 피해자 4명과 같은 농약 성분과 포레이트 등 3종의 농약이 추가로 검출됐다.
경찰은 지난 17일 전담팀(57명)을 구성해 집중 수사에 나섰고 경로당 등 사건 발생 장소 등에서 94곳의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다.
현장 감식을 통해 채취한 감정물 599점을 분석하고 경로당 회원 등 사건 관련자 129명을 불러 조사하는 한편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DNA 검사도 진행했다.
경찰은 경로당 주변 CCTV를 분석해 A씨가 7월 13일 아무도 없는 경로당에 혼자 출입한 것을 확인하고 A씨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마당과 집 주변에 뿌려진 알갱이 모양의 농약을 수거해 검사했다. 그 결과, 음료수 병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과 유사한 동위원소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경로당 회원으로부터 A씨가 7월 12일 오후 2시경 경로당 거실에 있는 커피포트에 물을 붓는 장면을 목격한 것을 확인하고 커피포트와 싱크대 상판 부분을 국과수에 의뢰해 감정한 결과 에토펜프록스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 경로당·마을회관에 CCTV 설치 법령 제정할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
경찰은 '경로당에서 회원들 간 화투 놀이가 상시적으로 있었고 A씨도 참여했으며 A씨와 회원들 간 갈등과 불화가 있었다'는 진술을 여러 회원들로부터 확보했다.
하지만 A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진위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진술과 분석 내용만으로는 피의자의 직접적인 범행동기를 단정할 수 없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비슷한 유사사례의 재범을 막기 위해 경로당과 마을회관에 CCTV를 설치하는 근거법령을 제정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행정당국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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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복날 살충제 사건' 용의자는 숨진 80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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