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 교수‘포스트휴먼 시대와 생명 감수성’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는 우희종 서울대 명예교수 겸 여산 생명재단 이사장
고창남
우희종 명예교수는 '생명의 역사성'이라는 화두를 꺼내면서 "지금 이 자리,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각자 138억년이라는 우주의 시간과 관계를 담고 있는 존재이다! 인간은 메타인지를 시작해 동물과 생태계를 지배했다"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인간은 자기 스스로 변하기 보다는 자연을 바꿔버리고 있다. 생태계를 변화시켜버렸다. 이에 따라 인류는 진화를 멈추고 진화를 멈추면 멸종이 온다. 그 멸종의 단초가 기후위기, 팬데믹 같은 것들이다. 지구는 생명력으로 피어가는데, 인류가 그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인류세'는 대량소비에 의한 신자유주의의 '자본세'이며, 과학기술에 의한 지구 착취로 생태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세 플라스틱, 항생제 내성균, 지구 환경의 오염, 기후 위기 등이 오게 되었다. 지구 생태계의 파괴가 개발론자들 때문인가? 우리는 책임이 없는가?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근대'의 틀 안에서 생태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무슨 무슨 '주의(ism)'라고 하면서 '주의(ism)'에 갇히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AI가 현실화되고 있다. AI 시대에 '주의(ism)'를 넘어서 뭘 할 수 있는가? 미래세대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우 교수는 "최근에 AI가 직장을 뺏어간다고 하면서 교수, 변호사, 의사 등이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하면 인간은 놀고 살면 된다. 다만,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느냐는 문제는 있다. 이는 분배와 공정성의 문제이지 두려워할 대상은 아니다. 기본복지로 돌리면 된다.도구적 AI는 빅데이터와 함께 매우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갖고 있다. 도구적 AI는 염려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을 구분해야 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생태계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오만함의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인간의 정신적 및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통틀어 '트랜스휴머니즘'이라 일컫는다. 트랜스휴먼은 포스트휴먼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존재이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의 경계를 재정의함으로써 인간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위계를 해체하는 동시에 인간/인간 사이뿐 아니라 인간/비인간-존재 위계를 정초하고 있다.
그는 "그렇다면,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서 "전세계 지식을 양자컴퓨팅과 초연결망으로 이은 SI(Super Intelligence)의 판단과 행동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바둑 수를 찾아낸 알파고와 같이 장차 예측불가능성의 창발 현상과 상전이를 통해 등장하고, 그 이후의 세계를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그렇다면 SI는 인간처럼 메타인지를 획득할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람 유형의 AI로부터 자율적 SI는 충분히 예상된다. 이에 더해 메타인지를 지닌 SI가 등장할 가능성은 생명진화의 관점에서 충분하며, SI 나름의 새로운 종교도 예상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창발현상은 초기조건으로 작동할 '지금 여기'의 인간의 가치관과 선택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기에, AI 기술발전과 함께 인문학적 사유와 인간중심주의 가치 극복은 필수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복잡계 현상은 초기조건에 아주 민감하다. 즉, 사람/AI, 사람/동물, 사람/동물/AI/SI의 관계가 중요하다. 인간중심의 종차별주의를 넘어야 긍정적 포스트휴먼과 생명감수성을 가질 수 있다"라면서 "생태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와 같으며, 이것은 우리 안의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는 자세와 다르지 않다. 건강한 포스트휴먼 시대를 위한 초기조건 논의는 생명 감수성에 근간한 우리의 참여와 연대라는 실천 행동으로부터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직접민주주의+에너지자립 운동], 점ㅡ선ㅡ면으로 확산
마지막으로 이날 도시/농촌 생명자립마을 배움캠프 참가자들의 토론의 시간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직접민주주의와 에너지·돌봄·식량·문화교육 자립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점·선·면의 법칙과 전략'을 논의했다. '점·선·면의 법칙'은 세상의 모든 사물은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는데, 면이 되어야 특성을 나타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점·선·면전략을 통해 성과를 확인한 후 전국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