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충남 예산 엘피바 <엘피에 빠지다>에서 열린 양진호 인문학교육연구소장의 강연
인문학그룹 달팽이
'엘피에 빠지다'는 예산이 고향인 이병민 님이 운영하는 예산 유일의 엘피바다. 가게에 들어서자 사방 벽면을 천장까지 가득 채운 엘피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게에는 약 4만 장의 엘피와 2만여 장의 시디를 비롯해 수천 장의 영화 포스터 및 영화 필름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이병민 사장은 소개했다.
오후 세 시부터 이곳에서 '여율의 신민요-김민기를 기리며'를 주제로 양진호 인문학교육연구소장의 강연이 열렸다. 철학자의 강연이라 해서 김민기가 가지는 사회, 역사적 의미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들려줄 줄 알았는데, 막상 듣고 보니 어려운 철학이 아니라 재미있는 음악 강연이었다.
양진호 소장이 직접 기타로 반주를 하고 청중이 다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가게에 있는 김민기의 엘피들을 질 좋은 진공관 앰프로 들어보기도 했다. 강의 제목인 여율은 동양 음악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악보에 맞춰 정석대로 연주하는 것을 율(律)이라 하고, 율을 따르되 악보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이 여(呂)라고.
그런데 김민기 선생은 율보다는 여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고 양 소장은 분석했다. 그가 이병민 사장에게 부탁해 들려준 김민기의 목소리는 과연 음정이 상당히 미묘하게 흔들리는 구간이 많았다. 규칙을 벗어나 자유롭기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들리는 소리였다.
악보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노래했던 사람
예산군 시니어 연주팀 '소리랑'의 기타 공연이 끝나고 삼삼오오 저녁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7시에 다시 '힐데가르트의 정원'에 모였다.
'힐데가르트의 정원'은 중세 독일의 예술가이자 과학자, 철학자였던 힐데가르트 수녀의 농업과 생명에 대한 가치관에 매료되어 예산으로 귀농한 박연우 님이 운영하는 화훼 농장이다.
그녀가 직접 청을 담가 만들었다는 향긋한 겹벚꽃차는 저녁이 되어 쌀쌀해진 날씨에 움츠러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이어 정원 가운데에 마련된 야외 무대에서 현영애 감독의 영화 < NOW, 머리에 꽃을 >이 상영되었다. 2009년에 제작된 이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문화혁명이자 실패한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히피 문화가 실은 한국에서도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