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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고쳐쓰기 챌린지' 벌여봅시다"

시민 5명이 뭉쳐 펴낸 <쉽게 고쳐 쓴 헌법>

등록 2024.10.08 09:38수정 2024.10.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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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꼭 일 년 전 오늘(2023년 10월 9일)이다. 대전에 사는 김경희, 김도연, 김진연, 이학준, 정은정 5명의 시민이 '쉽게 고쳐 쓴 헌법'을 자비로 펴냈다.

꼭 일 년 전 오늘(2023년 10월 9일)이다. 대전에 사는 김경희, 김도연, 김진연, 이학준, 정은정 5명의 시민이 '쉽게 고쳐 쓴 헌법'을 자비로 펴냈다. ⓒ 심규상


"헌법의 주인이 시민인 만큼 시민이 쉽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일 년 전 (2023년 10월 9일)이다. 대전에 사는 김경희, 김도연, 김진연, 이학준, 정은정 5명의 시민이 '쉽게 고쳐 쓴 헌법'을 자비로 펴냈다.

헌법을 읽기 쉽게, 알기 쉽게, 정확하게, 간결하게 우리 말에 맞게 고쳐 쓴 것이다. 쉽게 고쳐 쓴 헌법 전문은 아동용(초등 고학년생에서 중학생까지)과 일반용(중학교를 졸업한 시민 눈높이에 맞춤) 두 가지다.

지난해 초순 경이었다. 가끔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일로 수다를 떨던 이들이 공부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결론은 헌법이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모든 시민이 사람답게, 주인답게 잘 살아가야 하잖아요. 누구도 예외 없이 말이죠. 그러려면 나라의 주인 역할을 잘해야 하는데 그게 뭘까 고민하다 헌법을 생각한 거죠. 물과 공기처럼 헌법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생활수단인데 헌법을 잘 모른다고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죠."(김경희)

이들은 헌법을 읽으며 헌법 조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다.

"옛날 문어체에다 어지러운 문장, 어렵고 낯선 한자어, 일본식 표현과 번역 투 어법, 법조인만 이해할 수 있는 낱말... 아, 이래서 헌법이 우리 삶과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어려운 헌법이 시민의 접근을 막아왔는지도 모른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이학준)


이때부터 헌법을 쉽게, 우리말에 바꾸는 작업이 시작됐다. 아동문학가 이오덕, 국어학자 이수열 님이 고쳐 쓴 헌법 단행본과 2018년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쓴 헌법도 살펴봤다.

"헌법이 우리 삶에서 우리 공동체에서 갖는 엄청난 무게를 생각할 때 우리 사회의 노력이 미흡하다고 봤어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한번 해보자고 나서게 된 이유였죠." (이학준)


결국 이들은 지난해 한글날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국어학자도, 법조인도 아닌 각자 자기 일을 하며 사는 시민이에요. 시간을 쪼개고 만나고 또 만나 헌법 기본서를 읽으며, 국어사전의 도움을 받아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 (김경희)

책의 '일러두기'를 보면 헌법 전문의 한자어를 우리말로 다듬었다. 일본식 표현과 영어 문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표현은 우리글 말로 바꿨다. 너무 긴 문장은 간결하게 나눴다. 읽기 힘든 문장은 뜻이 통하도록 고쳤다. 군더더기는 빼고 일부 낱말은 사회 변화와 시대 상황에 맞게 손질했다. 군더더기는 뺐다. 띄어쓰기가 안 된 문장은 띄어쓰기법에 맞게 고쳤다.

a  '쉽게 고쳐 쓴 헌법'을 펴낸 김경희(왼쪽), 이학준. 김도연, 김진연, 정은정 등 5명이 지난해 한글날에 맞춰 '쉽게 고쳐 쓴 헌법'을 자비로 펴냈다.

'쉽게 고쳐 쓴 헌법'을 펴낸 김경희(왼쪽), 이학준. 김도연, 김진연, 정은정 등 5명이 지난해 한글날에 맞춰 '쉽게 고쳐 쓴 헌법'을 자비로 펴냈다. ⓒ 심규상


아동용은 몇 가지를 더 고려했다. 예를 들면 헌법 원문의 '모든 국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는 문장은 일반용에서는 '모든 국민은 (중략) 자유가 있다'고 바꿨다. 아동용에서는 이것을 '모든 국민은 거주하고 이전할 자유를 누린다'로 다듬었다.

아동용에서는 중간 점도 최대한 뺐다. 한자어는 저 쉬운 한자어나 일상의 말로 고쳤다. '사회복지 중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는 원문은 '사회복지가 더 좋아지도록 힘쓸 의무가 있다'로 쉽게 고치되 본래의 뜻이 훼손하지 않도록 했다.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어른 시민, 어린 시민 누구나 헌법을 좀 더 쉽게 읽고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이학준)

이들이 지난해 이어 올해 한글날을 맞아 전하는 바람이 또 있다.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십시오. 우리가 그랬듯이 자기만의 헌법 고쳐쓰기를 해보길 바랍니다. 일단 제2장(국민의 권리와 의무)만이라도요. 헌법이라는 이름값에 눌리지 말고 만만히 여기면서 시도해 보십시오. 얼마 전까지 헌법의 'ㅎ'자도 몰랐던 우리도 해낸걸요. 얼음물 뒤집어쓰기 캠페인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해 인증사진을 남기듯 우리도 '헌법 고쳐쓰기 챌린지'를 벌여봅시다."
#헌법 #쉽게고쳐쓴헌법 #대전시민 #권리와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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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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