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도착하자 들은 한마디가, 내 마음을 짖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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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야, 요~즘 같은 시기에~! 부산 밖에서 파란 옷 입고 돌아댕기믄 욕 먹십니데이."
지난 3월 30일, 부산에 내리자마자 들었던 첫 마디였다. KTX에서 내려 숙소로 가던 택시 안, 기사님은 대뜸 그렇게 말했다. 그 한마디에 나는 잔뜩 주눅 들었다. 별 생각 없이 입었던 파란색 상의가 문제였다.
눈부신 봄바람이 코 끝을 스쳐가던 그 계절은, 한국에서 가장 예민한 계절이기도 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던 때였다.
그저 좋아하고 편해서 즐겨 입던 것이었는데, 그 옷의 색깔이 무언갈 대변하는 듯이 비쳐질 수 있다는 말은 내게 왜 그리 상처가 되었을까.
'이곳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으로 북토크를 여는 것이 맞을까'라는 걱정이 시작됐다.
나는 과연 환영받는 존재인가
2023년 10월, 이태원 참사 1주기에 나는 참사 생존자로서의 삶을 담은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이 나온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나는 전국을 순회하는 유랑단처럼 북토크를 강행했다. 만날 수 있는 독자들은 다 만났고, 책을 통해 참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참여했다. 3월, 부산에 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부산에 당도하자마자 이런 고민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과연 이곳에서 환영 받을 존재일까. 내가 전하는 메시지를 이곳의 사람들이 공격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어쩌나.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벽이 있는 줄도 모르고, 무모한 도전을 하러 온 것은 아닐까.
이태원 참사 이후, 참사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 참사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더 마음이 상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혐오를 새삼 깨달았고,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없는 척박한 터전이라는 것을 절절히 느끼곤 했다.
게다가 행사를 여는 부산 서점에는 북토크에 대한 항의 전화가 세 건이나 왔다고 했다. 심리적 압박감이 더욱 심해지던 찰나,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나의 안위를 가장 먼저 살폈던 출판사에서는 당장이라도 북토크를 접고 서울로 올라오시라는 연락을 해주었지만, 곧 죽어도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무서웠지만,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다치더라도, 도망치지 않겠다는 성질머리가 발동했다. 그런데 택시를 타자마자 이런 이야기를 듣다니. 다시금 불안이 고개를 빼쭉 내밀었지만, 그래도 북토크를 강행했다.
한국 사회의 민낯을 여과 없이 마주할 수록 나는 주눅이 들었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불안해 하거나, 눈물을 홀로 흘리며 밤을 지새곤 했다. 그래도 끝끝내 말하기를 포기하진 않았다.
북토크를 신청한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사과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