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문을 열어라!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폐쇄적 논의를 하고 있음을 규탄하며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보건복지부는 본인부담상한제 등이 있어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의료비 부담 증가가 적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럼에도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 이들을 위해 현 월 6천 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1만 2천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 외래이용 상위 1%의 의료비 부담이 월 6,900원 증가할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균'은 누군가에게 부과될 파국적인 비용을 감춘다. 시민건강연구소에서 의료패널 조사자료(2021년)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어떤 의료기관을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의료비가 1.9배에서 3.6배, 최대 48배 이상 증가하는 사례까지 존재한다. 비용부담 증가분을 금액별 구간으로 살펴보면, 1만원 이하가 49.8%, 1만원 ~ 2만5천원이 26.5%, 2만5천원 ~ 5만원은 16.6%, 5만원 ~ 10만원은 5.0%, 그리고 10만원 이상이 2.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생활유지비 증가분과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기초법공동행동에서 16명 의료급여 수급자의 2023년도 의료이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건강생활유지비 증가분을 적용한 이후 5명에 대한 의료비가 최소 36,190원에서 최대 277,791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정률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부담 증가로 누군가 필요한 의료 이용을 포기하게 된다면, 사회적으로는 보편적 의료 보장을 포기하는 셈이다. 특히 수급자 간 비용 부담 증가의 편차가 크다는 점에서, 어떤 의료 이용에서 어떤 이들의 부담이 더 많이 증가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진료 내용을 살펴보니 영상 검사 등 치료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에 더 높은 수가가 부여되고 건당 진료비가 많을수록 정률제 적용에 따른 본인부담 의료비 증가가 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어디가 아플지 고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예측할 수 없는 의료비는 재난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안의 문제는 의료비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비용으로 인해 의료이용을 포기하는 등 의료접근성과 건강권을 해치는 문제로 나타날 것이다. 이는 이미 의료급여 2종 수급자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기초법공동행동 조사에 참여한 조사자 중 유일한 의료급여 2종 수급자인 R씨는 1차(의원) 의료기관만 이용하고 있었다. 의료급여 2종의 경우 현재에도 2차((종합)병원)와 3차(상급종합병원) 의료기관 이용 시 정률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R씨의 경우 허리와 어깨, 다리 관절 통증이 심한 상황이지만 비용을 우려해 상급병원에 가지 못하고 침구과, 정형외과에 자주 간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통증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문제 삼는 대표적인 지출 항목은 물리치료인데 R씨의 사례는 정부의 접근방식에 오류가 있음을 알려준다. 환자들이 필요한 처치나 수술이 아니라 물리치료를 전전하는 이유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직 수술할 정도가 아니라, 원인을 정확히 찾을 수 없어서, 비급여 치료비 부담 때문에, 선지출이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서 등등 환자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이다. 이를 환자의 '선택'이라고 보는 것에서부터 잘못이다.
2021년 기초법공동행동에서 진행한 수급가구 가계부조사에 따르면, 25가구의 평균 의료비 지출은 40,261원, 최소 0원에서 최대 343,525원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많이 지출하는 가구는 수입의 28.5%를 의료비로 사용했다. 의료비 지출이 많은 가구는 의료기기를 새로 구입하거나 보장구 소모품 교체, 비급여 치료 등 불특정한 지출을 예비하기 위해 식비를 최대한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 정률제 개편안이 통과된다면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병원 이용을 포기하거나 식비 등 생활비를 극단적으로 줄여야 하는 재난적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의료급여 개악이 아니라 '강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