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솔 용암마을 이장
희망제작소
20대 거의 없는 마을에서 3년째 연임하는 20대 이장
- 어떻게 이장에 도전하시게 된 거예요?
"전 이장님이 제안하셨어요. 젊은 사람이 마을에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마을 일에 참여하는 20대가 워낙 없으니까요. 저는 고민을 많이 안 하는 편이에요. 안 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고 이유가 충분하지 않으면 그냥 해요. 이장일도 그랬어요.
첫해에 이장 후보로 나섰던 어르신이 기권해주셨어요. 찬성이 과반이 넘어야 하는데 만장일치로 동의해주셨죠. '어린 것이 할 수 있겠나, 금방 마을을 떠나지 않을까?' 그런 분위기도 좀 있었는데 제가 국면전환 카드로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냈어요. 외할아버지가 용암마을 사람들이 '큰 어른'으로 생각하는 분이었거든요. '그 집 손주라면 마을에 애착이 있겠다' 싶으셨던 거 같아요."
- 3년차신데, 이장일은 어떠셨나요?
"첫해 절반은 사실 많이 날렸던 거 같아요. 이장일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누구도 이장일이 뭔지 정의 내린 사람이 없는 거예요. 이장 회의 가고,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에 맞는 사람 찾고 이런 게 이장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르신들한테는 '이장이 나한테 관심이 있나'가 더 중요했던 거 같아요. 처음엔 제가 너무 공손했어요. 너무 깍듯했죠. 약속 없이 경로당에 가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한번은 제가 실수로 말씀 안 드리고 갔는데 다들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 뒤 열심히 밥 먹으러 갔더니 어르신들이 '아, 이제 좀 이장 같네' 하시더라고요.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처음엔 '지난해 한 대로 하면 되겠지' 이런 생각에 어르신들한테 사인해 달라고 했는데, 순서가 잘못됐죠. 마을 총회를 거쳐 설명을 먼저 드려야 하는 건데 말이죠. 마을이 발칵 뒤집어졌어요. '너무 어려서 뭘 모른다' 이런 이야기도 돌았고요. 전 이장님이 불러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장일 40년 한 사람도 실수를 하는데 어떻게 첫해부터 잘할 수 있겠냐. 이장일은 마을 사람들한테 배워서 하는 거다.' '내가 이장이구나' 하는 실감은 1년 뒤에 들었어요. 이 마을에서 제일 나이 많은 큰 언니가 저한테 "이장 한 번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장일을 하면서 제가 더 성숙해진 거 같아요. 어르신들이 '우리 이장 야무지다' '평생 이런 혜택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장이 신청해 줬다' '이장이 노인 일자리 연결해 줬다' 이런 이야기 해주세요. 제가 업혀 키워지고 있는 거 같아요. 이렇게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흔치 않죠."
- 용암마을의 매력은 뭐예요?
"저희 마을 주민은 주로 7080이고요. 50가구 사는데 20대는 저 포함해 3명이에요. 한 명은 일이 바빠 집에선 거의 잠만 자고요. 다른 친구는 올해 결혼해서 곧 다른 마을로 가요. 20대는 저만 남은 거죠. 주민들이 저 결혼해서 다른 데로 이사 갈까 걱정해요.(웃음) 주민들은 대부분 이주민이에요. 이미 70년 정도 이곳에 사셨으니 완도 사람과 다름없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텃새가 없어요. 잘 챙겨준다는 점에선 시골 분위기도 있죠. 문 두드려 나가보면 먹을 거 주시고. 그리고 보니 곧 먹을 게 쏟아져 나올 때이네요. 가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