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8일,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바흐무트 인근 최전선에서 러시아 진지를 향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73%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이 그냥 불안해하는 게 아니다. 근거가 있다. (대립 구도가) 고착화 되면 이 구도 속에서 우리는 수십 년을 버텨야 한다. 러북 동맹과 파병, 북핵 문제 해결 불가라는 여건이 우리한테 닥쳤는데 정부는 대증요법식 대처만 하고 있다.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러시아의 침략 행위에 국제 사회가 연대해 대응할 필요는 있다.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그 방향은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반작용이 있을 거라는 것 또한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총체적인 관점으로 생각해야 한다. 한국형 외교 좌표를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하고 갈 때까지 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려 하고, 미국 따로 중국 따로 러시아 따로 해선 해법이 안 나온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가 2년 반 동안 그렇게 했다."
- 한국형 외교 좌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인데.
"대한민국은 분단된 채 사방에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핵과 미사일에 대처해야 하는 압도적 안보 수요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미국과 공조하는 방향으로 가되 중국과 러시아 사이 공간을 남겨두는 움직임을 캠프 데이비드 때부터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거다.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동맹으로 가지 않고도 무기 거래는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동맹도 되고 무기도 거래하며 심지어 파병도 가는 가장 극단적인 결과다."
- 지금이라도 우리가 외교 공간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현 정부는 어렵다고 본다. 중국을 활용하자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중국이 러북의 접근에 달가워하지 않는 점이 있는 건 맞지만, 또 하나 잊으면 안 되는 게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사상 최고로 좋다는 점이다. 미국이라는 대상을 놓고 공동으로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는 역사상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중국을 견인할 수 있겠냐는 거다."
- 미국 대선이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되면 특별한 변화가 없으니 새로운 국면은 없을 거고,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러 관계는 좀 변화할 여지가 있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악화된 한러 관계가 뻘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해야하나.
"문제는 정부의 관성이다. 현 정부는 이념적, 네오콘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역대 보수 정부 중 가장 이념적이고 대증적이다. 그러니 모든 일을 옆, 뒤도 안 보고 한 쪽으로 간다. 동맹 강화밖에 없다. 거기서 파생하는 문제를 관리하려 하지 않는다. 우린 (주변국과) 관계를 관리해서 추구하고 가야 할 길이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 한반도의 통일. 그 모든 길을 이제 가기 어렵게 됐다. 다만 그런 네오콘적 사람들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어도 전문성이 있는 관료 집단이 완충 역할을 하면 다를 순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지난 2년 반 동안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완충재는커녕 어떤 다른 목소리도 없었다. 매번 관료들을 향해 '역할을 하시라' 해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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