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진주시민 모임
박보현
경남도의회가 폐지한 마을교육공동체 조례를 되살려야 한다는 시민 모임이 진주에서도 꾸려졌다.
마을교육조례 폐지 반대 진주시민 비상행동은 '교육 조례' 폐지에 반발하며 '조례 되살리기'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해당 지역구 도의원에게 '조례를 지켜달라'는 취지의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도의원과의 간담회를 주선해 마을배움터의 소중함을 지역 사회가 나서서 함께 알아달라며 조례 폐지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8일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교육감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배움터'란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마을배움터 사례 나누기와 '교육 조례' 폐지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15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해 '마을배움터'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었다.
박 교육감은 지난 15일 경남도의회에서 교육 조례 폐지가 결정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도의회가 결정한 폐지에 따르는 게 맞는지 아니면 거부권 행사, 즉 재의를 요청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지역 소멸, 저출생 극복하자면서 왜 마을배움터 없애려 하나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 이수경씨는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된 조례 폐지를 결정하면서 사전에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며 "정부가 지역 소멸과 저출생 극복이라는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면서 마을공동체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를 가지는 게 안타깝고 이해가 되질 않는다. 부디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2021년부터 학교 협력형 마을배움터와 함께해왔다는 한 교사는 "마을배움터는 아이들에게 교과서 너머의 삶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대곡면 소재지에 있는 학교의 특성을 활용해 손 모내기 체험이나 가을 추수, 토종 씨앗 목화 재배 등 아이들이 작은 교실을 벗어나 마을과 사람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교육 조례 폐지는 이제 막 마을공동체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한 마을배움터를 뒤흔드는 결정"이라며 교육 조례 폐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금산면에서 6년째 마을배움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참석자는 "마을배움터에서 아이들이 성장하고 자신감 있게 달라지는 모습을 발견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들이 동네를 알아가며 애정을 가지는 변화를 지켜봐달라"며 "그런 결정(교육 조례 폐지)을 하신 도의원들이 한 번이라도 '배움터'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게 된다면 저런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의회는 마을배움터가 '지역 격차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막대한 정보와 자원을 가진 행정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왜 마을배움터가 해결하지 못했다고 없어져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항의했다.
올해 처음으로 마을배움터를 운영하는 선학산 마을배움터 대표는 마을배움터 시작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상평동에는 마을배움터가 아예 없었다. 아이들은 방과 후 갈 때가 없어 시청의 물 분수대 주변이나 동네 길바닥에 앉아 스마트폰 게임만 하며 놀았다"며 "방치된 아이들의 모습을 더는 두고만 볼 수 없어 엄마 몇몇이 모여 마을배움터에 마음을 모아 겨우 열게 되었다"며 그동안의 지난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네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마을배움터가 열리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아, 정말 마을배움터 열기를 잘했구나, 아이들이 얼마나 어른들의 다정한 손길을 기다렸는지 느껴진다'며 배움터 활동을 진행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마을배움터의 근간이 되어주는 교육 조례가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도의회에서 되살려줄 것을 촉구했다.
학교 현장에서 마을배움터와 행복학교를 지켜봤다는 어느 교장도 "교육 조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조례 폐지 결정은 마치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제도에는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며, 제도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완해 나가면 되는 일이지 아예 지원 조례를 없애려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가좌동에서 소확행 마을배움터를 6년째 이끌고 있다는 참석자는 "우리 마을배움터는 10명 선생님들이 자신의 본업인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기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마을배움터를 꾸려 가고 있다"며 이들이 얼마나 '마을배움터'에 진심인지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그 원동력은 '지역소멸' 이런 거창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마을 강사들은) 오로지 아이들만 보고 배움터를 꾸려왔기 때문이다"며 "도의회의 조례 폐지 결정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어떠한 피해가 갈 것인지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게 힘을 보태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