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의회가 지난 29일 ‘충청남도 도서관 및 독서문화 진흥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입법 예고했다.
이재환
충남의 한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도서관 실무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도서관의 책) 반입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도서 선정과정에서 특정 종교 세력의 입김이 반영될 경우, 논란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공도서관은 편견 없이 열려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일부 공공도서관에는 독재자인 히틀러의 자서전도 들어와 있다"면서 "성교육 관련 책 한두 권을 문제 삼아 도서관 사서들의 고유 권한(도서 선정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사회 관계자도 "반사회적이라는 것을 누가 감히 규정 할 수 있겠나. 그 자체로 명백한 사전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해당 규정의 경우, 성 문제와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책들을 도서관에서 배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일부 교육청에서는 형부와 처제의 성행위 장면이 있다는 이유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학교 도서관에서 제외했다. 맥락을 보지 않고 책의 일부를 발췌해 문제 삼은 것"이라며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조차도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사전 검열을 통해 오히려 건전한 도서 문화가 위축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도서관 사서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남의 한 공공도서관 사서는 "공공도서관의 도서 반입 시스템은 이미 완료가 돼 있는 상태다. 도서관에는 자료 선정위원회가 있다. (여기에 실무위원회까지 두는 것은) 도서 검열을 통해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위축시키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충남도 차원의 금서 조치 등) 과거 사례를 보면 일부 종교인들과 특정 세력의 주장에 따라 공공 도서관에서 금서 조치가 이뤄진 경우가 있었다"라며 "게다가 도서 반입을 제한할 경우, 결국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서점에서 책을 사서 볼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책 볼 권리'가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서 조례안, 충남도의회 정례회서 심의
임가혜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충남도의회는 전에도 비슷한 조례를 검토했다가 폐기했다. 하지만 다시 나온 조례안을 보면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진 것인지도 의문스럽다"라며 "현직 사서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야 한다. 이번 조례로 충남에서 또다시 금서 논란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참담하고 부끄럽다"라고 성토했다.
앞서 지난 8월 이상근 충남도의원은 비슷한 내용의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가 논란이 일자 폐기 처분했었다.
이에 대해 해당 조례안을 발의한 이상근(국민의힘) 충남도의원은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전 조례안은 일부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 폐기 됐다"라며 "실무위원회는 도서관법에 따라 도서관장이 구성하게 돼 있다. (이번 조례안은) 이를 명문화한 것"이라며 "(실무위원회가) 도서관 사서의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다. 사전 검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조례안은) 도서관장의 권한을 명분화 한 측면이 있다. 출판법에는 도서 선정 후에도 해당 도서에 유해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의를 제기하고, 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도서관장의 권한과 의무를 조례에 담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례 개정안은 오는 11월 5일부터 열리는 제356회 충남도의회 정례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충남도의회는 오는 11월 4일까지 해당 조례안에 대한 의견이 있는 도민 또는 단체의 의견을 받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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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반사회적 책 빼라" 재점화된 '충남 금서조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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