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누리 <월간 옥이네> 편집장
희망제작소
- 옥천으로 이주해서 활동하고 일한 기간만 벌써 15년이라고요?
"경북 구미에서 자란 덕인지 어릴 때부터 지역에 살고 싶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전부 지역에 있는데도 어른들은 항상 '서울에 가야 성공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하는 당신도 지역에 계시면서도요.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삶을 부정하는 말 같아 내심 답답했죠. 동네에서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보고 모두가 다 떠난 도시를 상상하게 되었는데, 지역에서 일상을 꾸리며 사는 사람들이 외로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기자가 되어 지역과 지역민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고요.
대학에서 언론을 전공했는데,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풀뿌리 언론 사례로 <옥천신문>을 소개해 주셨어요. 지역에서 자랐어도 평소에 보고 듣는 모든 뉴스는 전부 서울에 있는 언론사가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지역에도 언론사가 있고 심지어 매우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게 신기해서 기억에 남았어요. 기회가 있으면 일해보고 싶었지만, 채용을 자주 하지 않으니 별수 없이 취업을 위해 서울에 있는 큰 언론사들 입사를 준비했어요. 언론고시 스터디도 하고, 지원도 하고, 면접도 보고. 그러면서도 늘 편치 않았어요, '너 사실 이 언론사 안 좋아하잖아. 가고 싶지도 않잖아' 이런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거든요. 졸업 직전 마지막 학기에 마침 <옥천신문> 채용 공고가 올라왔어요. 이건 운명이다! 싶어 지원했죠.
그렇게 <옥천신문> 취재 기자 채용을 위한 마지막 절차로 전무후무한 한 달 합숙 면접이 시작됐어요. 그때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 유행이었는데, 선배들이 꽂혀있었나 봐요 하하하.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버텼나 싶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는데, '최종에서 떨어져도 꼭 지역에서 기자 해야지' 생각이 들 정도로 지역 언론에 대한 애정과 확신을 느꼈어요. 다행히 합격해서 <옥천신문>에서 기자로 일을 시작하게 됐죠. 일하면서 많은 걸 배운 만큼 고민도 많이 생겨났고, 지면에 나온 이야기를 종이 밖으로 꺼내 힘을 보태는 작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마침 '고래실'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아 2019년부터 합류하게 되었어요. '고래실'은 공간 '둠벙'도 운영하고 있고 잡지 <월간 옥이네>도 발행하고 있으니까, 기자로서도 기획자로서도 다양하게 일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