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에 안양시 행정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며, 오른쪽이 김정아 안시연 대표.
김정아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2022년 12월. 경기도 안양에 설립 예정인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15만4000볼트 특고압선 지중화' 문제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시민들이 전자파 발생을 걱정하며 특고압선 지중화 반대 시위를 벌였는데, 그 앞에 서 있던 게 김정아 대표다.
김 대표는 시민들과 함께 공사 허가를 내준 안양시에 공사 중지를 요청했지만 안양시는 '법적, 절차적 문제가 없는 허가였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시민들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보인다'며 감사원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또 특고압선이 얕게 묻힌 구간이 있다며 안양시에 전수조사를 요청했다(관련 기사 :
안양 초고압선 지중화 반대 확산... 집단민원, 주민감사까지 https://omn.kr/224m7 ).
전수조사 결과, 실제 몇몇 구간이 시공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안양시는 LG유플러스에 재공사를 명령했다. 감사에서도 몇 가지 지적사항이 나와 안양시는 감사원에게 '주의'를 받았다. 시민들의 주장이 사실로 증명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공사를 중지시키기는 어려웠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이때가 김 대표에게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활동 초기, 데이터센터도 이미 지어졌고 특고압선도 이미 매설된 상태에서 반대 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 힘겨웠어요.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많았고요.
그런데 이보다 더 힘든 순간은 특고압선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어요. 이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대안을 찾자고 설득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자칫 현실과 타협하는 것으로 비칠까 조심스러웠어요."
김 대표의 고민과 특고압선 지중화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LG유플러스와 대화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대화는 토론회 등을 통해 이뤄졌다. LG유플러스는 <오마이뉴스>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고압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미미한 수준이라 인체에 큰 해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정아 대표는 "전자파의 유해성으로 인한 불안감도 인체에 유해하다"라고 맞받아쳤다. 이런 식의 공방이 몇 개월간 계속됐다(관련 기사 :
"전자파 우려"-"미미한 수준"... 안양 특고압선 지중화 토론 열려 https://omn.kr/22sca ).
그래도 해결책은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면서 나왔다. 전자파를 차단할 차폐판 설치가 그 해결책. 하지만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았다. LG유플러스가 사람들 왕래가 잦은 구간에 차폐판을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공사 중지 압박을 멈춰 달라 제안했지만, 일부 강경한 시민은 초지일관 '공사 중지'를 외쳤다. 김 대표는 임원진과 함께 시민들을 설득했고 한편으로는 LG유플러스와 '밀당'을 했다. 결국 일부 구간이 아닌 '전 구간에 차폐판을 설치'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안시연과 LG유플러스, 안양시는 15만4000볼트 특고압선 지중화 선로 전 구간에 차폐판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긴 협약서에 지난해 9월 서명을 했다. 11개월간의 긴 갈등에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다(관련 기사 :
안양 특고압선 갈등, 시·주민·LG유플러스 협약으로 마침표 https://omn.kr/25p1h ).
협약식에는 큰 의미가 담겨있다. 전자파와 관련한 갈등을 원만하게 풀어낸 사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각종 공사와 관련한 시민과 업체, 행정 기관 간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 번지며 파국으로 치닫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평화적이고 모범적인 갈등 해결 사례로 기록될 일이었다.
"3자(안시연, 안양시, LG유플러스)간 체결한 협약서를 바탕으로 검증된 차폐판을 설치했고, 함의안에 따라 우리나라 전자파 허용기준인 833mG를 훨씬 밑도는 10mG 이하의 전자파가 유지되도록 관리·감독 할 수 있게 됐어요.
이 결과를 통해서 앞으로도 안양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이 생긴다면, 모두 하나가 되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차폐판 설치는 올해 10월 초 마무리됐다. 안시연은 차폐판이 설치되는 전 과정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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