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달 앞둔 15일 서울 강남구 강남하이퍼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자습하고 있다. 2024.10.15
연합뉴스
우리는 늘 수험생에게 바라는 게 많은 것 같다. '네가 지금 야구 보러 갈 때야? 네가 지금 연애할 때야? 네가 지금 친구들이랑 놀러 갈 때야? 네가 지금 핸드폰 볼 때야?' 오로지 강조한다. '공부에 집중해!'
수험생이라는 자리. 물론 미성년자의 끝자락이니 성인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건 맞다. 하지만 수험생도 사람이고, 좋아하는 게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는 모두와 똑같은 존재다.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하기에는 입시 기간이 너무 긴 게 아닐까?
꼰대 같은 말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때는(약 25년 전) 2년은 좀 놀았더라도 고3 한 해 바짝 집중하면, 어느 정도의 성적이 보장되던 시기였다. 수시라는 제도가 없었고, 수능 점수로만 학교를 선택할 수 있었기에, 평소 학교 시험 성적은 미래를 결정할 만큼 큰 영향력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떠한가? 좀 이른 친구들은 유치원 때부터, 보통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무리 늦어도 중학교 졸업하는 시기부터 입시 준비에 돌입한다. 고등학교 1학년 첫 시험부터 대입에 반영이 되어, 적어도 2년 반에서 3년 동안은 꼼짝없이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 시험이라는 것은 또 얼마나 자주 찾아오는가? 중간고사 겨우 끝났나 싶으면 수행평가가 이어지고, 돌아서면 기말고사에 또 돌아서면 또 다른 수행평가. 애쓰고 애쓰다가 채점이 끝나면 1등급부터 9등급까지 일렬로 줄 세움을 당해야 한다. 한 문제 차이로 해당 등급의 문을 열기라도 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을 달래야 한다.
생기부를 채우기 위한 갖가지 활동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필독서를 읽어야 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고 보고서를 써야 한다. 그나마 자소서(자기소개서)가 사라지고, 봉사활동 점수가 사라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자발성이 사라진 봉사 활동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방학이라고 해서 숨을 고를 수나 있을까?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학원 가는 시간은 두 배, 세 배로 늘어난다. 가지 않고 쉬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간 태평하게 그저 놀았다가는 다음 학기가 얼마나 힘들지를 알기에 마냥 쉬지 못한다. 주말이라고 다를까?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대한민국 입시라는 쳇바퀴 안에서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언제까지 달려야 할지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먼저 달리기를 마친 아이에게 우리는 왜 너그럽게 수고했다고, 이제 좀 쉬어 가라고 말해줄 수 없는 걸까?
시험 점수보다 도전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