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의 아버지가 딸의 입장을 맞이하고 있다.
스튜디오 엠피노트
변화하는 결혼의 가치와 그에 따른 사회자의 역할
지난달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30대 미혼율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 현상은 지역으로 좁혀서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7월 제주도의회 연구단체인 <청년이 행복한 제주>가 발표한 '청년 세대의 결혼 출산에 대한 인식변화와 지원정책 만족도 조사'에서도, 제주에 사는 2030 여성의 73.4%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남성 역시 45.1%가 동의했다.
실제로 결혼식에 온 동창들과 이야기해봐도 결혼에 관한 생각이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결혼에 기대감이 차 있는 반면, 누군가는 일찌감치 비혼을 선택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의 비혼 선택이 과연 자발적이라 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대개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비혼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결혼에 따른 복잡한 절차를 피하려는 등 '가치적 요인' 문제도 크다. 위의 만족도 조사에서도 '현재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에 대해 32.4%가 '결혼할 필요를 못 느껴서'라고 답했다.
이에 사회를 맡으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결혼식이란 단지 한 쌍의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라, 참석한 모두에게 결혼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기회라는 것. 사회자가 단순히 결혼식을 진행하는 걸 넘어, 하객들에게 결혼의 본질을 떠올리게 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공유한다면 다수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테다.
사랑의 모양은 항상 변하는 것
이제 결혼식의 마지막 순서인 행진만을 남겨두고 있다. 결혼식 며칠 전, 친구는 행진곡의 전주가 20초 정도 된다며 그에 맞춘 '감동적인' 멘트를 부탁했다. 그 순간 떠오른 것은 사랑의 변치 않는 본질이 아닌, 사랑이 가지는 '끊임없는 변화'의 속성이었다.
"두 사람에게 전합니다. 전 '사랑의 모양이 항상 변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사랑의 시작은 설렘이지만,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책임감이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두 사람은 내딛는 첫발의 설렘을 기억하시고, 마지막 걸음에는 이 자리를 빛내준 하객들을 위해, 또 두 사람의 앞날을 위해, 책임을 갖고 걸어가길 바랍니다."
결혼식은 막을 내리고, 식장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앞에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보기를 바랐다.
혹, 누가 아는가? 사회자의 말 한 마디에 기혼주의자든, 비혼주의자든 인생에서 '단 하나의 필연'을 찾을 기회가 올 수도 있음을. 어느 과학자는 결혼에서 필연을 찾지 않았든가.
"나하고 유전자를 거의 공유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아내야말로 '우연'으로 점철된 우주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필연'이 아닐까." - 김상욱, <김상욱의 과학공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