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왜 가나수업시간에 나온 문단
최은영
글쓰기에 '절대'는 없더라
이제보니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고 싶은'은 어르신들을 위하는 마음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잘 가르친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었다. 짧은 문장이 주는 간결함보다 편하게 풀어내는 긴 문장이 이곳에서는 더 중요했다.
어떤 글쓰기 수업이든지 간에 나는 '짧은 문장으로 쓰세요'를 강조했다. 길어진 문장은 여지없이 빨간펜이 들어갔다. 이게 적용되지 않는 글쓰기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
'절대'는 절대 없나 보다. 빨간펜이 없어진 곳에서 어르신은 당신들 안의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내셨다. 나는 그저 그 글의 흐름을 지켜보고 적절한 제목을 붙여드리면 그만이었다.
순식간에 수업이 끝났다. 시작할 때보다 어르신들 표정이 더 화사해 보였다. 나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어르신들은 두서 없는 노인네 이야기를 그리 정성스럽게 들어주는 게 더 고맙다고 하셨다.
짧은 문장 쓰기는 글쓰기 수업의 진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리가 진심을 전달하지 못한다면 소용없다. 진리를 위한 개별 파일보다 같이 웃는 진심이 더 강력했다. 진리와 진심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강사가 되고 싶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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