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식탁마다 과일을 곁들이는 자취생
정누리
과일덕후부터 오이 샌드위치까지, 취향의 진화
과일덕후 자취생들이 있다. 그들은 아침마다 파인애플, 딸기, 바나나, 청포도 등 과일을 꼭 식탁에 곁들인다. 어떤 날은 오로지 과일만 먹는다. 살면서 내 돈 주고 과일이라곤 사먹어 본 적이 없는 내게는 꽤나 충격이다. 과일은 후식이지 않나.
끼니와 끼니 사이에 뭘 먹는 것을 안 좋아하는 난 자연스럽게 과일도 먹을 일이 없었다. 친구에게 왜 그렇게 매일 과일을 먹는지 물어봤다. 간단하고, 신선하고, 원래도 자연스러운 단맛을 좋아한단다. 오늘도 샤인머스캣을 씻어서 회사에 가져와 먹었단다.
원래는 아침을 먹는 타입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도 아침밥 먹고 가라는 부모님과 늘 실랑이를 벌였다. 성인이 되어 헬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왜 아침을 안 먹느냐는 PT트레이너의 질문에 밥을 안 좋아한다고 했다.
과일을 좋아한다면 그것을 아침으로 먹어도 괜찮다는 답을 받았다. 그 이후로 그녀는 몇 년째 과일을 아침으로 꾸준히 먹고 있다. 아침밥을 '먹어야하는 것'에서 '먹고 싶은 것'으로 바꾼 것은 과일 한 조각이었다.
한날은 다른 친구의 자취방에서 잤다. 일어나자 친구가 아침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오이와 딸기를 곁들인 크림치즈 샌드위치다. 난 기겁했다. 아침부터 이 무슨 해괴한 조합인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재료가 오이였다. 그걸 또 뜬금없이 딸기와 조합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크림치즈까지 발라서 빈 속에 먹다니.
이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냐고 전현무가 '나혼자 산다'에 나와서 만들어 먹은 것인데 모르냐고 되묻는다. 영국에서 자주 해먹는 아침 레시피란다. 오이는 도저히 못먹겠다고 하자 친구가 딸기와 크림치즈만 넣고 샌드위치를 해줬다. 생각보다 산뜻한 걸.
집에 와서도 그 묘한 맛이 자꾸 생각난다. 다른 친구한테 '오이 샌드위치'가 뭔지 아냐고 물어보니 친구가 그것도 모르냐고 되묻는다. 자기도 오늘 아침에 해먹었단다. MZ세대에겐 아침 메뉴도 유행이 있나 보다. 독특한 식사도 개성이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