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정하게 하는 것이 섭섭하겠다 싶어서 전화를 받아줬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후보 경선 이후에도 명태균씨와 연락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속이려던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참모진에 다 설명을 했음에도 대통령실 공지가 '경선 이후 연락한 적이 없다'라는 취지로 나가게 됐다며 양해를 구했다. 또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같은 답변이 명씨와의 여러 의혹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예컨대, 윤 대통령 본인이 명태균씨와 연락을 하지 않은 이후에도 김건희 여사에 대해 "제 아내 휴대폰을 좀 보자고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거라 제가 그냥 물어봤다"라며 "본인도 많이 줄인 것 같고, 한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얘기를 한다"라고 전했다. "제가 이 자리에서 그걸 공개하기는 좀 그런데 좀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라며 "그래서 몇 차례 없는 거로 알고 있다"라고도 부연했다.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사이 연락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정작 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한 셈이다.
"나는 비서실에 '이런 얘기한 기억이 있다'고 했는데..."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초반부터 명태균씨와 관련한 여러 질문들이 이어졌다.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열쇠를 쥔 데다, 명씨가 김영선 전 국회의원의 재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통화하는 내용이 공개된 탓이다.
특히나, 용산 대통령실은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대선 경선 후반부에 명태균씨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을 받았고, 이후 명씨와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대통령이 '기억한다'라고 언론에 공지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취임 직전 명씨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며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경선 뒷부분에 가서 좀 뭐 그럴 만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연락하지 마라' 이렇게 한 적이 있다"라며 "제가 대선 당선된 이후에 (명씨로부터) 연락이 왔다"라고 설명했다. "전화번호를 지우고, 텔레그램에는 이름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텔레폰으로 온 건지 아니면 전화로 온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받은 적이 있다"라고도 부연했다.
이어 "축하 전화를 받고, 저도 어찌 됐든 명태 씨도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자기도 움직였기 때문에, '하여튼 수고했다'는 얘기도 했다"라며 "'이런 얘기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제가 비서실에 얘기를 했다"라고 강조했다. '거짓 해명' 논란을 자초한 게 본인의 의도가 아니었음을 항변하며, 책임을 비서실에 떠넘긴 셈이다.
그는 "대변인이나 그런 입장에서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이렇게 얘기하기가 어려우니까, '경선 뒷부분 이후에는 사실상 연락을 안 했다' 하는 이제 그런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며 "자기(명태균)가 저한테 문자를 보냈을 수 있다. 그런데 제가 문자를 답을 안 하면 그거는 뭐 소통을 한 거라고 보기 어려운 거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좋은 일로 전화를 했는데 제가 뭐 '고맙다' 이런 얘기는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느냐?"라는 말이었다.
윤 대통령은 "어쨌든 사람이 요만큼이라도 자기를 위해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 사람에 대해서, 그렇게 매정하게 하는 것이 뭐 하고, 저도 또 본인도 좀 섭섭했겠다 싶어서, 제가 그때 전화를 받아줬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공천 개입의 정의 따져봐야... 공관위원장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이 과정에서 명태균씨로부터 일부 조언을 들었음도 인정했다. "선거 초기에는 제가 정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뭐 정치인에 대한 얘기며, 예를 들어서 '어느 지역에 이렇게 가면, 그 지역 사람들 만나면 그 지역에는 이런 게 관심이 많으니까 이런 얘기 좀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얘기도 하더라"라는 것.
다만, "그런 얘기를 명태균씨한테 받은 게 아니라 수백 명으로부터 받았다"라며 "경선 후반기에 가서는 제가 볼 때는 좀 나서지 않을 문제를 가지고 얘기를 하길래, 제가 이제 좀 안 되겠다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는 취지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명태균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뭐 감출 것도 없고 그렇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천 개입이라고 하는 것의 정의도 따져봐야 한다"라며 "대개 그 재보궐선거에 나갈 사람들은 거의 정해져 있다"라고 강조했다.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을 가지고 제가 왈가왈부할 수도 없다"라며 "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진행되는 걸 꾸준히 보고 받아야 되고, 저는 저 나름대로 그야말로 고3 입시생 이상으로 바빴던 사람"이라는 호소였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김영선 전 의원의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저는 그 당시에 공천관리위원장이 우리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고 있었다. 재보궐 공관위원장은 별도로 윤상현 의원이 공관위원장을 했다 하더라"라며 "그만큼 저는 당의 이런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라고도 하소연했다.
윤 대통령은 "당에서 어떤 공천을 진행해 나가는데, 당의 중진 의원들 중에 저한테 전화해서 '이런 점들은 좀 여론이 좀 좋지 않으니, 좀 더 바람직하게 하게 해 달라'고 저한테 부탁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원리원칙에 대한 얘기만 했지, '누구를 공천을 줘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명태균씨와의 전화 내용 역시 "저는 오랜만에, 몇 달 전에 저한테 좀 많이 서운했을 것 같아서 저도 받았고, 하여튼 '그래도 고생했다'는 얘기 한마디 한 것 같고, 그리고 무슨 공천에 관한 얘기한 기억은 없다"라며 "(공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당의 그냥 이미 정해진 얘기, 아마 그 시기에는 거의 정해졌을 것이고, 다른 선택의 대안도 없고, 당에서도 아마 공관위와 최고위원회에서 딱딱 찍어서 전략공천으로 마무리를 다 지은 것 같다"라고 반복했다.
'김영선 전 의원을 주라고 했는데, 당에서 말이 많다'라던 당시 통화를 기억도 못하고, 덕담 수준에서 한 발언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명태균에게 여론조사 해 달라고 한 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