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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변해 버린 북한을 감당할 수 있을까

김정은 만날 거라 예상하지만 그때 그 북한 아냐... 전쟁 위험 더 커질 수도

등록 2024.11.10 11:01수정 2024.11.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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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6.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6.30연합뉴스

[기사 수정 : 10일 오후 1시 55분]

예상대로 트럼프의 승리로 미 대선은 끝났다. 아침에 평소 가깝게 지내던 한 교수님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트럼프 당선은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북미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극렬해지는 시기인지라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트럼프는 바이든보다 군산복합체 전쟁론자들의 입김과 압박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해리스보다 낫다는 것이지 실제 그가 해야 할 엄청난 과제로 본다면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다만 트럼프는 진화해 왔고 앞으로 더욱 진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몇 가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된다. 지난 8년 동안 트럼프의 대북 발언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향 후 북에 대한 정책 결정의 단초가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김정은 관계, 어떻게 변해왔나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 했던 발언을 보면 당시 트럼프는 북에 대해 무척 부정적이었고 정보 또한 부정확함을 알 수 있다. 당시 그는 김정은 위원장을 가리켜 '핵을 가진 미치광이'로 부르며 매우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중국을 시켜 김정은 체제를 끝내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당시 그는 북을 '중국의 아기'라고 표현했다. 북을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소국 정도로 인식할 정도로 북·중 관계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같은 건 집어치우고 북과 만나겠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이 나를 만나러 오면 햄버거를 먹으며 회담하겠다.

이후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어 2017년 북과 엄청난 격돌을 하게 되는데 이때 그가 내뱉은 말들은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하였다.


2017년 8월 9일 그는 북이 미 본토 타격 가능한 ICBM과 핵 개발에 성공했다는 <워싱턴 포스트>지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그 유명한 '화염과 분노'의 발언을 하였다. 그의 대북 적대 발언의 하이라이트는 9월 19일 유엔 총회 기조 연설에서 나왔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Rocket Man)'이라 칭하고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totally destroy)"고 발언하였다.

실제 많은 사람이 미국과 북이 곧 전쟁에 돌입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숨죽여 두 나라를 지켜보는 가운데 2017년 11월 29일 북은 사거리 1만 3000킬로의 화성 15호를 쏘아 올리며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이 미국 본토까지 핵 미사일을 쏘아 보낼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정세는 요동쳤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자체의 힘으로 충분히 막을 자신감이 생긴 북은 미국과 통 큰 협상에 나섰다. 2018년 4월의 판문점 선언, 6월의 북미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싱가포르 회담 그리고 9월의 평양공동선언이 그것이다. 싱가포르 회담 직전 트럼프의 발언을 보자. 이때 물론 햄버거가 등장하진 않았다.

기분이 정말 좋다. 아주 좋은 대화가 될 것이고, 엄청난 성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그러나 2019년 2월의 하노이 회담을 마지막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이 북미 협상은 그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트럼프가 군산복합체를 비롯한 네오콘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임 시절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냈고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에도 퇴임 때까지 이른바 '러브레터'로 불린 친서를 주고받으며 김 위원장과 개인적 친분을 이어갔다는 것은 나름 평가해 주어야 할 지점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2024년 6월 28일 바이든- 트럼프 대선 후보 토론회 과정에서 트럼프는 이런 발언을 했다.

시진핑, 김정은, 푸틴 이들은 바이든을 존경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언급을 따로 하진 않았으나 바이든의 대북 정책이 전쟁 정책임을 비판하고 북과 평화적 대화를 진행할 수 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2024년 7월 18일,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을 거론하며 남다른 유대감과 관계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는 북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 나는 다시 만나면 그와 잘 지낼 것이다. 아마 그도 나를 보고 싶어 할 것이고 그리워할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핵을 가진 그와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을 밝히면서 북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자아낸 점이다.

북한은 6년 전의 그 북한이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아래 지난 10월 31일 아침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이날 시험발사에 딸 주애도 참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아래 지난 10월 31일 아침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이날 시험발사에 딸 주애도 참관했다.연합뉴스

전체적으로 트럼프가 북과 다시 만나려 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만남이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왜냐하면 북은 이미 6년 전 싱가포르 회담 당시의 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최선희 외무상은 이렇게 말했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이 이번에 황금 같은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무엇보다 북은 핵 개발 단계를 넘어 양산 체계를 갖춘 핵 보유국이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19년 말 북은 조선 노동당 제 7기 제 5차 전원회의를 통해 전면적으로 노선을 새롭게 정립했다. 더 이상 협상에 매달리지 않고 자력 갱생으로 경제 제재를 돌파하며 핵무기를 바탕으로 군사적 역량을 키워 미국과 맞서 싸운다는 정면 돌파전 전략을 세운 것이다.

2020년 8월, 조선 노동당 8차 당 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에서 북은 신형 핵 미사일을 탑재한 원자력 잠수함, 극초음속 미사일, 정찰위성 등의 개발을 통한 핵 무력 건설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해 "세계 최초의 핵 사용국이며 전쟁 괴수"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당 대회 후 북은 숨 가쁘게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2022년 12월 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핵탄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강"을 천명했고 이것이 현실로 등장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음 해인 2023년 4월, 북이 공개한 '화산-31' 전술 핵탄두 실물을 보면 핵탄두 양산 체제에 돌입했음을 알 수 있다. 북의 보도를 그대로 전제한다면 북은 소형화· 경량화된 전술핵탄두를 규격화 ·표준화 하여 소형 전술 SLBM, 요격 회피 성능을 지닌 신형 전술 유도탄, 극초음속 미사일 등에도 탑재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북은 또 다시 2023년 12월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핵물질 추출 및 핵탄두 양산체계 확보'를 핵무기 부문의 2024년도 수행 과업으로 강조했으며, 올해 김정은 위원장은 9·9 국경절 연설에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한층 더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과거와 달라진 점은 또 있다. 2018년 핵 협상 대상은 플루토늄 방식의 영변 핵시설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북은 농축우라늄 방식의 핵시설을 갖춰 양산하고 있음을 버젓이 공개한 바 있다.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원자로 가동 후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공정을 거쳐야 하지만, 우라늄 고농축은 비교적 단순하여 핵무기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 이 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제 앞으로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메시지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얼마 전 11월 1일 북의 <로동신문>은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9형'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북은 이 미사일을 가리켜 ICBM의 최종 완결판이라고 자랑했다. 아마 대기권 진입 기술, 다탄두와 고체 연료의 완벽한 실현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핵무기만이 아니다. 북의 군사력은 엄청난 속도로 비약했다. 올해 4월, 북은 일종의 게임 체인저로 알려진 극초음속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로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탐지 추적 요격이 어렵다.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중국·미국 정도다. 이 미사일에 핵무기가 소형화되어 장착 된다면 천하무적의 미사일을 갖추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지난 6년이 60년 같았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로서도 '대략 난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2024.11.6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2024.11.6연합뉴스

바이든은 여러 차례 북을 향해 조건 없는 만남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북은 지난 2018년부터 19년 사이 있었던 북미 협상에 대해 '미국이 시간을 지연시켜 북의 핵 개발 속도를 늦추려 들 뿐 실질적인 관계 개선을 원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북과 다시 진지한 협상을 시작하려면 아마 최소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대북 제재 해제 등을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오랜 세월 기업인으로 장사를 해 온 트럼프로서는 갖고 있는 패를 다 꺼내준 후 협상하는 모양새일 뿐 아니라 전쟁론자들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만큼 파격적으로 북의 요구를 들어주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양국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요원할 수 있다.

그러나 대화국면은 열릴 것이다. 왜냐하면 북은 트럼프와의 만남 그 자체를 피하려 들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 그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물밑에서 밀고 당기다가 한미연합훈련 중단 - 북의 ICBM 발사중단 정도에서 타협점이 형성되고 회담은 시작될 수 있다.

회담이 시작되면 과거 남북과 북미가 한꺼번에 대화를 했던 것과 달리 북은 북미 간 직거래로 답을 내리려 할 것이고 전쟁불사를 외치던 윤석열 정부는 끼어들 틈이 없을 것이다. 소위 한국 패싱이다. 이미 북은 남과 관계를 완벽하게 거세했고 북미 간 대화의 시너지보다 방해요소로 등장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제는 여전히 북의 핵문제일까? 북은 핵 보유 여부를 둘러싼 협상을 진행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여러 번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지난 싱가포르- 하노이회담의 시즌2 형식으로 이어가는 방식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필자는 논란을 피해 가기 위해 관계 개선과 전쟁 종식 문제를 먼저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화협정으로 전쟁을 종식하고 국교 정상화를 의제로 올려 협상하는 것이다. 새롭게 리셋한 선 수교 협상 전술인데 서로 핵문제와 주한미군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상호 신뢰를 구축해 가는 방식이다.

비핵화를 조건으로 관계 개선을 언급한 싱가포르 회담도 미국 조야를 들끓게 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나가야 할 트럼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대략 난감일 것이다. 그러나 재선을 통해 강력한 힘을 획득한 트럼프가 집권 초기 밀어붙이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뒤로 돌려놓은 핵 문제는 어떻게 될까? 이제 그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핵 보유국 간 방식, 그러니까 상호 핵으로 위협하지 않고 현재에서 동결하고 타국으로 핵 전파 방지를 약속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짓게 될 것이다. 이 또한 트럼프가 미국 조야를 설득해야 할 마지막 과제이다.

그런데 이 문제의 타결은 연쇄적으로 미국의 신냉전과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표현되는 정치 군사적 패권 유지 전략에 심각한 파열구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다극 체제를 미국 스스로 인정하고 만세 부르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의 균열과 지역 핵도미노를 불러 올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거대한 세계사적 변화의 한가운데 북이 서 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한 대사가 떠오른다.

"트럼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트럼프의 등장은 한반도의 전쟁위험을 줄이고 급속도로 협상을 통한 해법을 가져올 수도 있고 도리어 갈등이 표출되고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도 있다. 그래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김정은 #평화협정 #국교수립 #핵협상 #핵보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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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경제회의 공동의장 사단법인 한반도평화와번영을위한협력 이사장 통일TV 방송위원 UNIST 겸임교수(역) 인제대 통일학부 외래교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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