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인 뉴스토마토 김진양·박현광·한동인·유지웅 기자(왼쪽부터)
민주언론시민연합
- 여권 책사나 다름없던 명태균씨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박현광 : "명태균씨는 신용불량자로서 사기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여러 전과를 가진 인물이다. 공직을 맡는 게 불가능했다. 명태균씨와 관련된 인물이 27명에 달하지만, 대다수가 관계를 부인하거나 명씨 발언에 침묵했다. 여권에서는 명태균씨를 숨겨야 할 이유가 있고, 그러니 외부에 드러나는 일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진양 : "단순히 여권 핵심 실세였다면 폭로자가 나왔을 법도 한데 부정행위로 너무 많은 사람들과 연루돼 있어 감춰진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 연고가 있거나 소개받은 정치인들에게 물어보면 여야 가리지 않고 모른다고 하진 않는다. '안면은 있다, 오가다 만났다, 가끔 본다' 등 애매한 관계성을 시인한다. 명태균씨에게 도움 받은 사람들이다.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으면, 공통적으로 '여론조사를 가져와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한두 명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니 너나 할 것 없이 명씨 존재를 감췄고 지금도 숨기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 유력 정치인들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박현광 : "대표 '윤핵관' 이철규 의원이다. 모르는 기자 연락은 안 받기로 유명한 분이 '명태균' 이름을 꺼내자마자 바로 장문의 문자로 반응했다. 취재원이 예민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확인받았다'는 느낌이 온다. 핵심 참모진으로 윤석열 캠프 전략회의에 참여해 명태균씨를 모를 수 없다고 보이는 이철규 의원이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반응한 것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특이한 지점이 있다. 다수 증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명태균씨가 박 지사를 아크로비스타에 데리고 가서 대통령 부부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박 지사 소개로 명씨를 봤다고 주장하고,
박 지사는 명씨 소개로 대통령 부부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앞뒤 맞지 않는 얘기가 당황스러웠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만난 적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를 '경남 지역 정치인'으로 특정했고, 이 인물이 박완수 지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 편집자 주)
- '대통령실에 반론 요청서를 보내자 명태균씨가 회신했다'고?
김진양 : "우린 명태균씨가 역술인이란 표현을 보도에 쓴 바 없다. 유일하게 언급한 게 첫 보도 사흘 전 대통령실에 보낸 반론요청 공문이다. 김건희 여사에게도 텔레그램,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공문발송 1시간 만에 명태균씨가 노발대발하며 연락해 왔다. '역술인 명태균'이란 표현이 포함된 반론요청서를 전달한 곳은 김건희 여사 개인 연락처와 대통령실 공식루트 두 곳뿐인데 말이다. 대통령실이나 김 여사 측에서 명태균씨에게 연락했다는 것인가. 어떤 목적일지는 모르지만 소통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 명태균씨가 정보에 굉장히 빠른 것 같다.
김진양 : "지역 정치인들을 만났을 때 가끔이든 주기적이든 명태균씨를 본 이유가 '중앙정치의 내밀한 소식을 전해줬다'는 이유였다. 지역구를 챙기다 보면 중앙정치에 소홀해질 수 있는데 명태균씨를 만나면 용산이나 당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는 거다.
신성범 의원은 '독특한 시각으로 정치를 새롭게 분석하는 희한한 촌놈'이라고 표현했다. 다들 별것 아닌 이야기도 듣다 보면 혹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 명태균씨 화술이 정말 뛰어난가?
박현광 : "전형적인 사기꾼 화법을 쓴다. 기자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본인 얘기만 계속한다. 사기꾼의 말은 비유도 많고 흥미롭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재미있고 들을 만하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가 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텐데 흥미로운 이야기에 여론조사라는 무기까지 더해져 명태균씨와 유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 명태균씨 발언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기 어렵진 않았나?
박현광 : "명태균씨는 말만 하지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 공천개입 등 굉장히 구체성을 띠는 경우엔 정황을 맞춰봤다. 강혜경씨에게 녹취자료를 받아 우회로 명씨 발언을 검증했다.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 명태균씨의 일방적 발언을 단독으로 낸 적은 없다."
여론조사 조작, 선관위가 문제다
- 여론조작 의혹을 취재하며, 여론조사 보도를 해야 하는 기자로서 괴리감이 들진 않나?
박현광 : "여론조사 조작으로 정국이 흔들리고 있는데, 정권 지지율을 또 여론조사로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 진짜 아이러니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여론조사 규제가 강화되고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 방치된 여론조사 문제, 어떻게 보나?
한동인 : "선거관리위원회가 문제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등록된 여론조사업체가 80~90개에 달하지만, 신고절차가 생략되기도 하고 여론조사 관리시스템이 부족하다. 미공표 여론조사는 아예 관리도 안 되는데 선관위에 문의하니 법적 장치가 없다고 답변했다. 선관위가 여론조사를 업체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김진양 : "여론조사 개선의 필요성은 계속 지적돼 왔다. 우리도 협업하는 여론조사업체와 함께 다각도로 고민해보고 있는데 대중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가 무의미하다고 보진 않는다. 이번 사건이 여론조사 문제를 공론화하고 개선책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김진태 강원지사처럼 국민의힘 공천 중 특이사례가 또 있나?
박현광 : "단식농성으로 컷오프 결과가 바뀐다면 다음 선거부터는 국회 앞에 단식농성장이 엄청 생길 거다(웃음). 김진태 지사 외에도 의심되는 정황은 많다. 개별 사안을 다 보도하기엔 무리여서 여론조사 조작 사건에 더 집중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김진태 강원지사가 명태균씨의 도움을 받아 김건희 여사를 만났고, 이를 바탕으로 경선 기회를 얻었다'는 내용의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에 김 지사는 "단식 농성을 통해 경선 기회를 얻어 지금 이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반박을 내놨다. - 편집자 주)
대통령실의 무반응 vs. 명태균씨의 고발
- 대통령실로부터 반론 요청에 대한 답변 받았나?
박현광 :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 했다."
- 신용한 전 교수 증언에도 대통령실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데.
박현광 :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여러 모욕적 표현을 하는데도 침묵하는 상황을 보면, 관련 의혹을 인정하는 건가라는 의심이 든다. 명씨는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한 달 만에 대통령이 탄핵당할 것'이란 주장도 했다. 그의 말처럼 뭔가 엄청난 비밀이 있어 함구하는가 싶기도 하다."
김진양 : "입장을 내도 바로 되치기 당하니 침묵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가 두 번 만났다고 발표하자
(10/8) 곧장 네 차례 이상 만난 정황이 확인됐다
(10/10).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냐"(9/5)고 발언했을 때 <뉴스토마토>는 실제 공천에 성공한 사례를 내놨다
(9/19). 결국 아무 입장을 내지 않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 명태균씨로부터 고발을 당했는데?
김진양 : "이번 보도를 시작할 때 대통령실에서 고발 고소할 수 있겠다는 예상은 했다. 그런데 정작 고소장을 보내온 곳은 명태균씨였다. 그는 우리 보도가 허위라며 명예훼손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3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루게 되면 더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