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라 안양여성의전화 대표
이민선
가수 김광석, 남궁옥분, 이승철... 이들의 공통점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활발하게 활동했다는 점이다. 그와 내가 공유하는 기억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이니 이제 슬슬 기력이 달릴만 한데, 그의 목소리에서는 활력이 넘쳤다.
"제 인생 1막이 화려한 핫핑크였다면 저의 2막은 붉은색이라 말할 수 있어요."
이것이 활력의 원천이었다. 붉은색으로 비유된 것은 열정, 즉 열정이 솟구친다는 말이다. 이런 열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금 여성 인권 역사를 써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정말 가치 있는 활동을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고요. 굉장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이미라 안양여성의전화(아래 안양여전) 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 5일 오전. 사무실(만안구 안양로 149) 문을 열자 "지금처럼 당당하게 여전답게 싸우자" 등의 전투적인 글이 눈에 들어왔다. 교육실 현수막에 적힌 글이다. 이 문구를 보고 '안양여성의전화'라는 단체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안양여성의전화는 1997년 문을 연 여성 인권 시민단체다.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여성의 복지증진과 가정·직장·사회에서의 성평등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해 민주사회 실현에 기여한다는 목적도 있다.
이를 위해 가정폭력·성폭력 통합상담소와 안양디지털성범죄피해지원센터, 가정폭력피해여성 자립공동체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통합상담소에서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희롱, 스토킹, 교제 폭력 등 친밀한 관계 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인 폭력에 대한 상담 및 법률·의료· 정서 지원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젠더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과 재발 방지 캠페인도 진행한다.
안양디지털성범죄피해지원센터에서는 불법촬영, 유포협박, 유포불안, 딥페이크 피해, 온라인 그루밍 등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무료심리상담과 피해 촬영물 삭제 지원 연계와 법적 지원, 의료비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교육과 인식개선 캠페인도 한다.
자립공동체 쉼터는 가정폭력 피해를 본 여성과 자녀를 위한 중장기 쉼터다. 상담과 심리치료, 법률·의료 지원과 함께 피해 여성과 자녀의 자립도 돕고 있다.
"여성으로서 여성 인권운동을 한다는 자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