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주말 광화문광장에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많습니다.
박승일
#. 중학생 손자
광화문광장 앞쪽에 있는 이순신 동상 옆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시골에서 서울 나들이를 온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그 사이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손자가 함께 걷고 있습니다. 두 어르신의 얼굴은 너무도 밝은 반면에 중학생 손자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와, 멋지네.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왔어요? 오늘 완전 제대로 가이드해 드리겠는데요."
"네, 안녕하세요."
손자는 굳은 표정과 함께 짧게 인사하고 맙니다. 옆에 있던 할머니께서 한마디 거듭니다.
"오늘 얘네 부모는 장사를 해서 손자랑 한번 왔어요."
"네, 진짜 잘하셨네요. 손자가 왜 이렇게 잘생겼어요. 요즘 청소년들은 어르신들 모시고 어디 다니려고 안 하는데 정말 착한 손자를 두셨네요."
"그러게요. 우리 손자가 착합니다."
그제야 중학생 손자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어떨 때는 부럽기도 합니다. '나는 휴일에도 일하는데 가족과 연인 그리고, 친구와 함께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주말에 더 바쁘다는 게 경찰관 기동대의 큰 단점 중 한 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주말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도 평온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모두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 안타깝지만 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날 뒤에 찾아오는 삶의 불청객인 힘듦과 역경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그것은 또 극복하면 됩니다. 그럼 다시금 이런 일상의 행복과 여유로운 시간이 분명 찾아올 겁니다.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이 지나면 날씨가 꽤 추워질 듯합니다. 더 늦기 전에 가까운 공원이라도 나가봤으면 합니다. 부모님과 아니면 친구나 연인과 그것도 아니면 혼자라도 좋습니다. 이만한 행복이 없다는 것을 금방 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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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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