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잔재청산을위한대학생행동은 8일 오후 창원 마산합포구 소재 마산박물관 주차장 옆 화단에 있는 2개 석물에 대해 항의의 뜻으로 훼손했다.
윤성효
우리 민족 수탈‧탄압에 앞장섰던 일본인 일제총독과 부윤(시장)이 쓴 글씨를 새긴 돌을 전시하고, 그것도 유독 돋보이게 해놓는 게 과연 시민정서에 맞느냐 하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대학생들이 나섰다.
일제잔재청산을위한대학생행동이 지난 8일 마산박물관 화단에 있는 두 석물에 붉은 색칠을 하고 망치로 글자를 뭉개버렸다.
대학생들은 성명을 통해 "친일정권 윤석열정권 들어 갑자기 일제 잔재인 석각이 전시되고, 그 장소가 1919년 3월 민중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장소인 추산정과 가까우며, 마산박물관이 역사적 사실을 시민에게 알리겠다는 이유로 전시했으나 안내판에 일제 잔재물임을 알리는 제대로 된 내용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생들은 "도대체 이러한 흉물이 왜 박물관에 번지르르하게 전시되어 있는 것인가"라며 "이 석각은 1995년 김영삼 정부 시기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철거된 후 2001년 마산박물관으로 돌아왔으나 방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들어서 갑자기 전시된 것"이라고 했다.
또 대학생들은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를 역사기관 주요 요직에 앉힌 이 윤석열 정권 시기에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오늘 우리가 하는 행동은 정부의 역사 왜곡에 맞서 우리 역사를 바로잡기 위함이며 대통령이 팔아먹고 있는 민족의 기상을 바로 세우기 위함"이라고 선언했다.
대학생 4명은 마산중부경찰서에 재물손괴 혐의로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창원촛불행동을 비롯한 시민들이 경찰서 앞으로 찾아가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창원촛불행동은 "1930년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이 쓴 글이 역사의 산물이라면, 오늘 학생들이 훼손한 것 역시 또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한 행동은 역사와 민족, 그리고 국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었고 이는 아직도 학생들의 역사의식이 건강하다는 증거이다"라고 했다. 대학생들은 이날 저녁 석방되었다.
"전시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은 "두 석물은 그야말로 돌덩어리이고, 문화재도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 민족을 수탈하고 탄압했던 일본인이 쓴 글씨를 새긴 돌을, 그렇게까지 돋보이도록 해놓았어야 했느냐"라며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전시해 놓은 형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는 전시에 있어 방법이나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해놓은 형태를 보면 두 석물을 받들어 놓았고, 선양해야 하며, 가치를 부여해서 추앙해 놓은 것"이라고 했다.
김영만 고문은 "대학생들의 행동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을 수탈‧탄압하고 심지어 민족말살까지 하려 했던 일본에 대한 시민 정서를 반영해서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일은 애초에 창원시가 두 석물에 지나치게 가치를 부여해 전시해 놓았던 것이 원인이다. 지금 훼손된 것도 하나의 역사다"라고 했다.
김유철 시인은 "석물에 새겨진 글 문구가 나쁘지는 않지만, 그 말은 마치 조폭 어깨에 '착하게 살자'라고 새겨 놓은 문신과 같다"라며 "글을 쓴 사람이 조선총독과 부윤이다. 두 석물이 전시할 가치가 있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도 붓글씨를 잘 썼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완용 글씨를 전시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마산박물관 야외 화단에 설치해 놓은 두 석물은 전시할 만한 유물도 아니다. 오래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다 갖다 놓으면 그 곳이 고물상이지 박물관은 아니다. 전시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마산박물관은 붉은색칠에다 글자가 뭉개진 두 석물을 시민들이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 하얀색 천으로 덮어 놓았다.
오는 12일 오전 마산박물관 화단 앞에서는 "일제잔재 석물 완전 철거 촉구" 행동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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