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소연
한편, 한 테이블에 모이기는 했지만 의정 사이 묘한 인식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의료계는 신뢰도 저하를 초래한 정부를 지적했는데, 정부는 이전 정부에 책임을 일부 돌리는 식으로 말을 한 것이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협의체에 대한 반대 의견과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라며 "그러나 현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으면 정부와 의료계의 불통 속에서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 사상 초유의 의료시스템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다"라고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하루빨리 이 상황이 해결되어 해결되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절박함 역시 협의체 참여에 중요한 이유"라는 이야기였다.
이 회장은 "우리는 협의체 참여의 원칙으로 제시한 여러 현안들이 진솔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라며 "의료계는 과거 정부와의 협의체에서 논의는 하였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정책이 추진되고 허울뿐인 참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경험은 의료계로 하여금 정부와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장애물이 되었으며, 진정한 협력과 소통을 위한 기반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라며 "정부와 여당이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갈등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번만큼은 정부와 여당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진정한 해결 의지를 보여주시기를 기대한다"라고도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만남을 시작하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느 누구도 이렇게 오랫동안 대화가 중단될 줄은 몰랐다"라며 "대화가 단절되면 문제는 악화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목표와 본질이 무엇이었는지보다 감정이 우선하기 쉽다"라며 "오늘 이 자리는 그간의 단절과 그로 인해 깊어진 서로 간의 이해의 간격을 메우는 시작이라는 점에서, 늦었지만 만남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한 총리는 "과거 정부도 필요성은 알았지만 개혁을 외면하고 뒤로 미루었다"라며 "임시적인 처방과 섣부른 약속, 그리고 잦은 정책의 번복으로 오히려 의료계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의료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의정 간 신뢰 붕괴의 책임을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는 "정부의 진심"을 강조하며 "의료개혁은 결코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의료개혁은 우리 의료의 체질과 패러다임을 바꾸는 종합대책이고, 국민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질 높은 의료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라고 역설했다.
이어 의료계를 향한 다양한 지원책들을 열거하며 "의료개혁은 정부 혼자서 할 수 없는 과제이다. 의료계의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여야 의정협의체가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는 열린 마음과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하며 "정부를 믿고 대화에 참여해 주실 것을 전공의와 의대생 여러분, 그리고 아직 고민하고 계시는 의료계 여러분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라는 부탁이었다.
박주민 "일정, 제대로 전달 받은 바 없다"
한편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겸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은 이날 한 대표가 '야당의 불참'을 문제삼은 데 반발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박주민 의원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은 오늘 일정에 대해 제대로 전달받은 바 없다"며 "국민의힘 정책실은 휴일인 어제(10일) 일요일 오후 4시 20분경, 참석요청 공문을 메일로 보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바로 다음날 아침 8시 일정을, 전날 오후에 메일로만 참석 요청하는 것은 참석하지 않길 바라고 보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오마이TV'에 출연해 "사진 한 장 찍고 야당 욕하면 (의료 대란) 문제가 해결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협의체의 '진정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협의체에 의료대란의 '핵심 당사자'인 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참여하지 않은 점을 들어 "두 단체는 2025년 정원에 대한 논의를 안 하면 진정성 있게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데 반해, 정부는 2025년 정원에 대한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며 "조건도 갖춰져 있지 않은데 출범을 던지기만 하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합의체를) 최초로 주장한 사람으로서, 막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성공적인 협의체 (구성을) 위한 조건을 만들고 있다"며 "의료계가 대폭 들어오고 정부가 달라진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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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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