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승련사 육자진언과 불정심인 사진 자료. [남원 승련사 마애 불정심인과 육자진언 각자](2023. 남원시]
이완우
고려 말 충신인 목은(牧隱) 이색, 포은(圃隱) 정몽주, 야은(冶隱) 길재와 더불어 친교가 깊었던 도은(陶隱) 이숭인(1347~1392)은 그의 문집 <도은집>에 이곳 승련사를 칠언절구 한시로 읊었다.
金剛僧舍在城東 (금강승사재성동)
一樹山茶滿院紅 (일수산다만원홍)
何一更爲花下客 (하일갱위화하객)
醉看香霧灑空濛 (취간향무쇄공몽)
남원성 동쪽의 금강승사(승련사)는
동백꽃 한 그루 꽃 온 가람 환하게 밝구나.
언제 다시 동백꽃 한 그루 아래 길손이 되어 취해 볼까?
동백꽃 향기 안개처럼 허공에 뿌려진 이슬비를.
'산다(山茶)'는 차나뭇과의 동백나무이다. 고려 말 승련사에는 커다란 동백나무 한 그루가 있어서 그 나무의 수많은 붉은 꽃이 온 가람을 환하고 밝게 물들였다고 한다.
이 동백나무와 동백꽃은 금강삼매수행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아마도 승련사가 금강삼매수행의 중심 도량이었음을 비유하는 듯하다.
승련사의 마애 육자진언 각자와 불정심인 도상이 조선 시대 초기에 새겨진 것으로 보인다. 조선 시대에 이곳 승련사는 억불숭유의 탄압 속에서도 진정한 수행자의 목표를 바위에 보란 듯이 튼실하게 새겼다.
다시 말하면, 승련사는 참선 수행을 주도하며 조선 불교의 명맥을 잇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승련사는 어느 시기부터 퇴락하여 폐사지가 되었다. 이 사찰에 모셔졌던 대장경과 삼존불상은 진안 마이산 금당사로 옮겨져 봉안되었음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