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섬과 보호수매미성이 있는 복항마을 입구와 아랫 마을에 오래된 나무가 오래된 마을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병록
지난 4월 24일 남파랑길을 걸으면서 갔을 때 주인이 열심히 성을 가꾸는 중이었다. 아내가 입구 가게에서 커피를 사서 격려하러 갔다. 커피점 주인에게 "이런 관광명소는 시에서 지원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하고 물었다.
가게 주인에 따르면 거제도에는 외도를 포함해 개인이 직접 만든 명소가 많아 시에서 특정 개인을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곳 말고도 자연이 아름다운 관광명소가 많고, 조선소 등으로 재정을 확보하는 곳이 많아 관에서 일일이 신경 쓰기는 어려운 것 같다.
외도 보타니아도 개인이 만든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1970년대 개인이 섬을 사들인 뒤, 수십 년에 걸쳐 정원을 가꾸어 해상 식물원을 만들었다. 이 밖에도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가 있다.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외도 보타니아는 거제 9경에 포함된다.
바다 위 붉은 성채, 둔덕기성의 일몰
해발 326미터 우봉산에 위치한 둔덕기성은 남해 방어를 위해 7세기 무렵에 쌓은 성으로, 부산 기장산성이나 남해 대국산성, 임진성과 비슷한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고려 의종의 비극적인 역사를 품은 장소로, 폐왕성이라는 이름 덕이다. 또 유명한 것이 무기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하여 바다에서 가져와 성안에 쌓아둔 몽돌이다. 방어와 항전 의지를 상징한다.
둔덕면에서는 의종을 기리는 제사가 매년 열린다. 1960년대와 1970년대 군사정권 시기, 새마을운동과 함께 미신 척결을 이유로 제사가 중단된 적이 있다.
2008년에 거제수목문화클럽의 주도로 제례가 복원되었고, 현재는 거제시와 지역사회의 지원으로 매년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고려 시대의 조리법을 반영한 떡, 탕, 조림 등 전통 음식을 재현하여 전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곽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다도해의 경치는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감동을 선사하며, 거제 10경으로 손색이 없다. 내리막길을 걸을 때 무릎이 아파 이곳을 오르는 것을 포기할 뻔했다. 둔덕면 내평마을에서 본 산이 너무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거제에 사는 지인이 차로 데려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