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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장의 것도, 환경부장관의 것도, 대통령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금강

[천막 소식 197일-198일차] 재빠른 고라니가 뛰어노는 천막농성장

등록 2024.11.14 09:25수정 2024.11.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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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청년고라니의 모습. 강은 그들의 삶터이자 놀이터다.
건강한 청년고라니의 모습. 강은 그들의 삶터이자 놀이터다.임도훈

"고라니 진짜 빠르다."

오후 4시 즈음이면 어김없이 고라니 한 마리가 풀숲 사이를 헤치고 어디선가 나타난다. 엄청나게 빠르다. 어디서 놀다가 이 시간되면 누가 집에 오라고 외치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정신없이 뛰다가 잠시 주위를 살피는데 제법 건장한 고라니 청년이다. 얼마 전 본 아기 고라니들이 벌써 저만큼 자란 걸까. 자연의 속도는 인간의 생각을 한참 벗어나 있는 듯하다. 신비하다.

이 풀숲과 강가는 고라니들의 놀이터다. 천막농성장 주변을 아랑곳 않고 활보하는 모습을 보면 여기가 이들의 '일상의 장소'라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세종보를 재가동 해 이 놀이터에 물을 채우고 나면, 이들은 결국 쫓겨나 도로를 건너야 할 것이고, 어딘가에서 로드킬 흔적으로 발견될 지도 모른다.

강물을 채우려는 모든 이들이 그 죽음의 공범이 될 것이다. 인간의 얕은 욕심을 채우자고 물을 가두어 그 곳에 살던 생명을 몰아내고, 죽음의 선에 세운 이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2만 4천여 명의 간절한 마음… 변해야 할 것은 환경부의 태도

 녹조독성의 위험을 알리는 강 활동가들의 기자회견.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녹조독성의 위험을 알리는 강 활동가들의 기자회견.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보철거시민행동

'2만4391명'

낙동강 녹조 재난 청문회 국민청원에 응한 이들의 숫자다. 5만 청원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결코 적지 않은 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동의하고 뜨겁게 호응했다. 청원을 추진한 '낙동강녹조재난국민대책위원회'는 국회 청문회에서 낙동강을 비롯해 4대강에 일어나는 녹조 재난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이후 대응을 촉구하고자 했다.


지난 여름 낙동강의 녹조는 어느 때보다 심각했고 늦가을에 접어드는 지금도 녹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올해 친수구역으로 지정된 곳조차 조류경보제가 발령되고, 녹조 독소가 사람의 콧 속에서 검출되었지만 환경부는 녹조 독은 없다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2만 4천여 명의 동의는 녹조 독소 등 강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변해야 할 것은 이 사태를 바라보는 환경부의 태도이다.

녹조대응과 보 철거를 위한 강 활동가들의 투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낙동강 녹조 독의 심각성과 위험을 알려온 지난 긴 투쟁의 시간은 결국 녹조 재난사회의 인식을 넓혀왔고,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다시금 국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2만 4천여 명의 간절한 마음은 강을 자유롭게 흐르게 하고 그 곁에 사는 생명들의 안전과 평화였다. 그 마음을 이제 거스를 수 없기에 이 길을 멈출 수 없다.


지키고 싶은 금강… 그 간절함을 담은 메세지

 금강 사랑의 메세지가 가득 담긴 유인물이 금강스포츠공원 곳곳에 걸려있다.
금강 사랑의 메세지가 가득 담긴 유인물이 금강스포츠공원 곳곳에 걸려있다.박은영

'당신은… 지키고 싶은 것이 있나요?'

지난 일요일, 금강스포츠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한 어르신이 의자 위에 올려져 있던 유인물 하나를 열심히 읽어보고 있었다. 벤치 위에는 금강을 지켜야 한다는 메세지가 담겨 있는 유인물이 올려져 있었는데 마침 쉬다가 눈에 띈 모양이었다. 한참을 다 읽어보시고는 제자리에 두고 열심히 어디론가 걸어갔다.

오랫동안 쓸 수 없던 화장실 문에도, 주차장 입구에도 걸려있는 이 유인물은 세종보 재가동을 막고 강을 흐르게 하고 싶은 어느 세종시민의 간절함이다. 우리의 간절함은 세상에 빠르게 퍼져서 뭔가 이뤄내야 할 것 같지만, 실상 더디고 느리게 누군가의 마음에 스며든다. 그렇게 견고한 연결망이 만들어지기에 끈질긴 이들만이, 그런 간절함으로 뭔가를 이겨내곤 한다.

바람이 세게 불어 바닥에 굴러다니는 그 '간절함'을 몇 번을 주워다가 올려놓았다. 누군가 또 읽기를 바라고, 금강에 어떤 생명이 사는지 한 번은 생각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다 그 마음을 움직여 정말 '뭐가 있나'하고 강변에 내려와 본다면 정말 성공적인 '유인책'이 아닌가.

 작은 자갈돌에 금강의 생명을 그려넣어 만든 돌장식. 금강엔 자갈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작은 자갈돌에 금강의 생명을 그려넣어 만든 돌장식. 금강엔 자갈이 지천으로 널려있다.박은영

"이걸 2천 원 주고 체험을 하더라고요."

농성장을 방문하신 대전시민 한 분이 백화점을 갔더니 '반려돌' 만들기 체험을 하는데 2천 원을 받더라면서, 아이들이 자갈에 그림 그리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지난 9일, 금강한마당에서 아이들과 했던 체험과 비슷했다. 서로 농성장 주변 자갈을 바라보며 여기 있는 돌 가져다 하면 부자될 것 같다고 한바탕 웃었다.

흐르는 금강의 자갈은 소유가 없다. 금강이 가져다 주는 풍요로움은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생명 모두의 것이다. 누가 마구 가져다가 돈을 벌고, 마음대로 이용해서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것을 간과하고 계속 자연을 소유하려고 하고, 파괴한다면 결국 다 같은 멸종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우리 모두의 금강이다. 세종시장의 것도, 환경부장관의 것도, 대통령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금강이다.






#금강 #세종보 #낙동강 #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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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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