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청년고라니의 모습. 강은 그들의 삶터이자 놀이터다.
임도훈
"고라니 진짜 빠르다."
오후 4시 즈음이면 어김없이 고라니 한 마리가 풀숲 사이를 헤치고 어디선가 나타난다. 엄청나게 빠르다. 어디서 놀다가 이 시간되면 누가 집에 오라고 외치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정신없이 뛰다가 잠시 주위를 살피는데 제법 건장한 고라니 청년이다. 얼마 전 본 아기 고라니들이 벌써 저만큼 자란 걸까. 자연의 속도는 인간의 생각을 한참 벗어나 있는 듯하다. 신비하다.
이 풀숲과 강가는 고라니들의 놀이터다. 천막농성장 주변을 아랑곳 않고 활보하는 모습을 보면 여기가 이들의 '일상의 장소'라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세종보를 재가동 해 이 놀이터에 물을 채우고 나면, 이들은 결국 쫓겨나 도로를 건너야 할 것이고, 어딘가에서 로드킬 흔적으로 발견될 지도 모른다.
강물을 채우려는 모든 이들이 그 죽음의 공범이 될 것이다. 인간의 얕은 욕심을 채우자고 물을 가두어 그 곳에 살던 생명을 몰아내고, 죽음의 선에 세운 이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2만 4천여 명의 간절한 마음… 변해야 할 것은 환경부의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