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숙 시인의 사인글정종숙 시인이 사인을 해 보내왔다.
이명옥
'한 편의 시라도 마음에 가닿기를...
감사한 마음을 담아'
굳이 사인본으로 받아 읽고 싶어 받은 정종숙 시인의 첫 시집 <춥게 걸었다>에 시인이 써 준 글이다.
정종숙 시인을 처음 본 것은 그이의 남편인 박래군 인권활동가가 세월호 사건으로 구속 수감 된 후 석방되어 환영식을 하던 날이었다. 처음 본 그이는 풀꽃처럼 여리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길에서 스쳐 지나가도 알듯 모를 듯 한 그런 사람이랄까.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고 이따금 담벼락에 올라오는 그이의 시를 읽었다. 그이가 <시와 소금> 등단 시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이가 시와 소금에서 엮어낸 첫 시집이 <춥게 걸었다>는 잔잔한 일상의 삶을 담아냈다. 친근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시다. 한 편의 시만이 아니라 쉰 네 편의 시가 저마다 작은 울림이 전해진다. 풀꽃처럼 접해야 비로소 느껴지는 시인의 마음이 시편 하나 하나에 느껴진다.
그이는 남과는 다른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대학 때 시동생이 된 박래전 열사의 분신 항거 현장을 지켜봤을 것이고, 운동권 남편 박래군을 만나 늘 수배에 쫓기고 감옥을 들락거리는 남편의 삶을 지켜보며 살아야 했을 테니 말이다. 그이가 그 거칠고 힘든 시간을 사랑과 정성 기다림으로 견뎌 낸 것은 풀꽃처럼 질기게 피어나던 시심의 힘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