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사업 시민위원회 위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오히려 광복과 독립마저도 갈등과 분열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내년) 광복 80주년에는 '광복'의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하나 된 광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사업 시민위원회 위촉식'에서 "조국 해방을 보지 못한 채,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오직 후손의 내일을 위해 스러져 간 이름 없는 수많은 독립유공자 분들이 계신다. 그 분들이 흘린 피와 땀을 오늘날 얼마나 마음 속에 품고 사는지 자문자답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100미터 높이 초대형 국기게양대 설치 논란을 빚었던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사업, 송현광장 부지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검토 입장을 밝혔다가 따가운 반발을 사고 물러났던 일 등이 연상되는 발언이었다.
서울시의 입장 변화와 무관하게 일부는 현재도 논란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일부 인사들을 독립기념관 등 주요 역사기관장에 임명하면서 이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더 커진 상황이다. 야당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가보훈부에서 추진 중인 가칭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제2독립기념관)'이 사실상 '이승만기념관'의 일환이 아니냐고 질타한 바 있다.
"세대와 지역 넘어서 함께 할 수 있는 기념사업 기획해 갈 것"
오세훈 시장이 이날 '하나 된 광복'을 강조한 연유도 이러한 상황 등을 감안한 셈이다. 특히 서울시가 내년 광복8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시민위원회를 꾸린 것도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닌, 세대·지역·이념을 초월해 광복을 제대로 기리기 위함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참고로, 광화문광장 국기게양대 설치 추진 등을 비롯한 오 시장의 보훈 관련 정책 강화는 차기 대권을 겨냥한 보수 결집 행보로 해석된 바 있다.
그는 이날 "이 자리에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이는데, 젊은 세대에게 광복은 어쩌면 책 속의 문장 하나, 책갈피 한 귀퉁이에서 만난 생경한 단어 하나일 수 있겠단 생각도 든다"면서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하나 된 광복'을 기리기 위해 시민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광복이란 두 글자에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수많은 사람들의 피, 땀, 눈물, 고통, 그리고 언제 올지 모르는 해방·광복을 꿈꾸면서 치뤘던 희생과 불굴의 용기들이 오롯이 녹아 있다"면서 "(그런데) 오히려 광복과 독립마저도 갈등과 분열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내년에는) 우리 모두의 '하나 된 광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바로 그것을 위해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서울시는 광복80주년을 맞이해서 모든 시민이 세대와 지역을 넘어서 함께 할 수 있는 기념사업을 여러분과 함께 기획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 이 모든 것이 어떤 희생과 헌신 위에 놓여 있는지 잊지 않고, 그 마음을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겠다"며 "시민위원회가 만들어 갈 광복 80주년의 의미가 서울을 넘어 이 땅 전체에 깊이깊이 남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후손 등 포함해 114명 시민위원회 활동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