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거제 교제 폭력 사망사건'의 가해 남성에 대한 선고가 있은 뒤, 여성단체들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여성단체들은 가해남성에 대해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을 재차 요구하고 있다.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죽어야 끝나는 교제폭력, 이제는 국가가 죽음을 막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들은 "교제폭력을 개인 간의 다툼정도로 취급하고 사적인 관계까지 국가와 공권력이 개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낳은 결과가 이번 사건과 각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사건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라고 했다.
이들은 "교제폭력이 급증하고 피해 수위는 점점 잔혹해져 소중한 생명을 위협받고 사망에 이르는 이 순간까지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라며 "국가는 여전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범죄화 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국가는 교제폭력을 언제까지 개인 간의 사적인 문제로 취급할 것인가?"라고 했다.
협의회는 "죽어서야 헤어지고 끝낼 수 있는 스토킹 교제폭력, 이 죽음의 사슬을 끊기 위해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일상을 되돌려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교제폭력을 사적인 일로 치부할 게 아니라 법·제도에 대한 개선과 대책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협의회는 "국가는 교제폭력을 법제화하고 처벌규정을 제정하라", "국가는 현행법에 적용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라", "국가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안전한 보호법을 제정하라", "사건 피고인을 강력하게 처벌하라", " 친밀한관계에서의 '통제행위'를 범죄화하는 조항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재흔 경남여성회 사무국장은 "교제폭력은 친구나 지인 간의 우발적인, 일회성의 폭행과 다르다"라며 "남성이 가하는 폭력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기방어를 한 것이 쌍방폭행으로 처리되고, 폭행 후 반의사불벌죄가 잔존하는 것도 강력범죄 속 신체적·정신적 우위에서 남성이 여성을 폭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덩치도 좋은데 때리면 어떻게 막느냐. 가정폭력특별법이 가정의 평화와 안정 회복을 도모하는 한, 현행법의 목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교제폭력은 물론 가정폭력 피해자까지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다. 가정폭력특별법을 개정해 교제폭력을 다루거나 따로 교제폭력처벌법을 만들거나 무엇이든 좋다. 사람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이름이, 명분이 무엇이 중요하냐."
그는 "남성 파트너가 교제 관계, 혼인 관계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대부분 형법상 폭행치사, 상해치사가 적용돼 살인죄보다 법정형이나 죄질이 가볍다"라며 "그래서 남성 파트너가 여성 파트너를 때려죽이면 집행유예도 나오는 반면에 계속 맞던 여성이 남성 파트너를 살해한 경우 계획 살인으로 중형이 선고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녀간 신체적 우위를 무시하고 있는 작금의 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라며 "형사법 양형기준에서 여성폭력 부문을 개선해야 한다. 강력범죄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란 사실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여성학살을 멈출 방법은 단 하나 강력 처벌뿐"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무국장은 "거제 교제살인 사건에서 가해자는 고인의 머리를 폭행하고 목을 졸랐다. 죽을 걸 알면서도 그랬다는 것이다. 이렇게 폭행하다간 죽는다는 걸 가해자와 고인의 메신지 대화에서 드러나지 않았느냐"라며 "죽으라고 머리를 때리고 바닥에 찧고 목을 졸랐는데 어째서 살인이 아니라 상해치사냐.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