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함양
그것도 잠시 점점 바위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친 돌길이 길게 펼쳐진다. 난도가 높지 않은 너덜길이지만, 작은 실수에도 크게 다칠 수 있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오를 때는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내려갈 때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조심히 돌을 밟으며 오르는 동안 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다 큰 물줄기와 마주했는데 어느새 피바위에 도착한 것이다.
정유재란 당시 성 안의 남자들이 모두 왜군에게 희생되자, 부녀자들은 절벽에서 몸을 던져 죽음을 택했고, 그때 흘린 피로 벼랑 아래의 바위가 붉게 물들었다. 피맺힌 한이 스며들어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그 흔혈은 남아 있어 이 바위를 피바위라고 한다.
실제로 접하니 사진과 달리 피바위의 붉은 자국은 훨씬 더 선명하게 보였다. 애잔한 마음과 함께 뛰어내린 절벽을 보며 소름이 돋는 순간이었다.
피바위를 지나도 가파른 오르막은 계속됐다. 로프를 잡고 바윗길을 지나는 구간도 나타면서 촬영에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다. 산성 터에 도착하기 전이지만 예쁜 배경이 많아 곳곳 카메라를 들이밀기도 했는데, 정상 인근에 가면 이 배경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대표님의 말에 기대감을 갖고 계속해서 올라갔다.
새삼 느끼는 인류의 위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