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한강의 토대 '장흥 문학'을 엿보다

해남문학회 추계 문학 기행을 다녀와서

등록 2024.11.17 16:13수정 2024.11.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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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려 기온이 내려서일까? 이상 기온으로 제 색을 찾지 못한 채 말라가던 잎들이 다시금 생기를 찾나 싶더니 단풍과 은행잎들이 물들기 시작했다. 여느 때보다 늦은 가을 풍경이라 한층 반가워 다시 내장산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소설가·시인)의 생가와 해산토굴 그리고 장흥 출신 작가들을 엿볼수 있는 천관 문학관을 찾아가는 추계 문학기행 소식이 해남문학회 그룹 단체 대화방에 전해졌다.

 천관 문학관 앞에서 단체 사진
천관 문학관 앞에서 단체 사진염정금

장흥은 가사문학의 효시인 기봉 박광홍, 미백 이청준 , 해산 한승원, 송기숙 소설가, 김제현 시조 시인, 김녹촌 아동문학가, 이승우 소설가 등 뛰어난 문인들을 배출했다. 장흥의 산하가 전해준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출발 전부터 무척 설렜다.


더구나 올해 초 가입한 해남문학회에서 가는 기행이라 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정작 문학 기행날 당일인 11월 15일 아침은 금방이라도 비를 흩뿌릴 것처럼 흐려 우산을 가져 가야 하나 망설이게 했다.

난 우산을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을 떨치고 홀가분한 차림으로 가는 게 낫다 싶어 오전 9시, 남편 차를 타고 집결 장소인 해남보건소에 갔다. 그곳에서 강형식, 박준채 감사, 오형록 회장을 만나 한승원 문학공원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무렵, 한승원 시비가 세워져 있는 해변 공원에 도착했다. 조금 뒤 박준채, 황영자, 조윤제, 박점순 ,이순애 회원도 도착했다. 먼저 공원 길을 걸으며 세워진 시비를 읽었다. 시귀마다 장흥 산야의 풍경이 들앉아 시심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별이라는 시에서 세상은 하나의 드넓은 구덩이므로 그 안에서는 이별은 없고 만남은 있다' 귀절을 마음에 담았다.

 문학공원을 산책하며 세워진 시비를 보는 중
문학공원을 산책하며 세워진 시비를 보는 중염정금

시비를 둘러보고 정자에 모여 준비해 온 떡, 바나나, 요플레를 먹고 준비해온 시 한 편 씩 돌아가며 시 낭송을 한 뒤 해산 토굴로 향했다.

 해산토굴 앞에서 기념 사진
해산토굴 앞에서 기념 사진염정금

오전 11시 57분에 도착한 해산 토굴. 한승원 작가는 출타 중인지 안 계시고 오는 이들을 반기듯 양 옆으로 오종종 몸 기대어 자란 분홍 사랑초가 푸른 이파리 사이에서 눈 인사를 했다. 해산토굴 목각 현판도 하얗게 센 머리처럼 희끗해진 채 세월을 품고 있었다. 어쩌면 문학의 깊이는 저처럼 내면의 깊이를 표출하기 위한 벌거 벗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젖었다.


 한승원 생가
한승원 생가염정금

해산 토굴을 벗어나 한승원 작가가 살던 생가로 향했다. 해변 도로를 드라이브하듯 휘돌고 휘돌아 찾아간 마을 어귀 표지판을 보고 들어갔으나 골목 지점에는 이정표 대신 푸름을 잃지 않고 뻗어가는 호박덩굴과 금잔화가 낯선 방문객을 흘깃거렸다. 할 수 없이 동네 분에게 물어 생가로 향하는 골목을 찾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오래된 이정표가 부러져 비료 부대더미에 기대어 있었던 것이다.

장흥군이나 마을에서 좀더 신경을 썼더라면 찾는 이들이 불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번짓수가 또렷한 문패 달린 대문을 지나 생가에 들어섰다. 빙 둘러 앉는 의자와 한승원 소설 문학길 소개가 적힌 플래카드가 세워져 있었다. 그 앞에 둘러앉아 사진 촬영을 하고 오후 1시께 점심을 먹으러 면사무소 부근에 있는 한 식당으로 향했다.


 문학기행에서 만난 장흥 환경과 예술
문학기행에서 만난 장흥 환경과 예술염정금 자연과

식당으로 가는 길은 산길로 휘돌고 휘돌며 이제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들과 다랭이 논에 심어진 조가 노랗게 변한 채 바람에 하늘대는 모습 등 산 마을의 정취를 한껏 전해 차창을 열고 모바일 폰에 담고 또 담았다.

 덤으로 간 소등섬에서 자연 환경이 준 문학을 읽는다
덤으로 간 소등섬에서 자연 환경이 준 문학을 읽는다염정금

오후 1시 40분, 식당에서 돼지고기 김치찌개 백반을 먹고 천관 문학관으로 향했다. 해변을 휘돌며 가는 동안 한승원 문학 공원에서 만난 시들이 이 굴곡진 도로처럼 휘도는 산야와 그 앞 바다의 철석임과 맛서는 어부들의 삶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에 덤으로 바위에 그려진 땡땡이 그림과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는 소등섬에 들렀다.
 천관 문학관을 둘러보는 회원들
천관 문학관을 둘러보는 회원들염정금

오후 3시 20분, 천관산 등성이에 위치헌 천관 문학관에 도착했다. 상당히 규모가 큰 문학관이라 기대가 됐다.

안에 들어서니 벽면에는 이청준, 한승원 등 장흥을 빛낸 작가들 작품이 이름별로 진열돼 있었다. '문림의향'이라 불릴 만큼 문학적 전통이 강한 장흥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문인들이 활동했던 터전으로 조선시대에는 <관서별곡>을 비롯해 많은 문장가가 활약했으며, 근현대에는 한승원, 이청준, 송기숙 같은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장흥의 정서를 문학으로 형상화한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노벨 문학상울 축하하는 현수막이 문학공원에 설치되어 있다
노벨 문학상울 축하하는 현수막이 문학공원에 설치되어 있다 염정금

이런 뿌리 깊은 문학이 이어져 노벨문학상의 한강을 키워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태한 일상으로 디카시 몇 편에 그친 올해의 나를 깊이 반성하며 채찍질한 문학기행이었다.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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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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