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옛 새천년생명의숲에 있는 합천3.1운동기념탑과 그 앞에 있는 '일해공원' 표지석.
윤성효
12‧12군사반란과 5‧18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의 내란‧반란 수괴에다 뇌물 등 범죄를 저질러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0억 원을 선고받아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되었던 전두환(1931~2021년)씨의 아호(일해)를 딴 공원 폐지를 위안 국민청원이 벌어지고 있다.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지난 15일부터 "전두환을 찬양하는 공원 폐지 및 관련 법률 제정 요청에 관한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18일 현재까지 620여명이 서명에 참여했고,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인 12월 15일까지 5만명이 동참해야 한다.
'전두환(일해) 공원'은 합천군 합천읍 합천리 황강 옆에 있다. 처음에는 '새천년생명의숲'으로 불리다가 2007년 심의조 전 합천군수 때 전두환씨의 아호를 따서 명칭을 바꾸었고, 표지석에는 전두환씨의 친필 휘호가 새겨져 있다.
심의조 전 합천군수는 2008년 12월 "이 공원은 대한민국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명명하여 이 표지석을 세웁니다"라고 했다.
'일해공원' 명칭을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나왔다. 합천 사람들은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를 결성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이번 국민청원이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사법부의 유죄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서 기념사업과 기념물을 조성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내세웠다.
이들은 "우리의 역사는 굴곡진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 중에서도 전두환 정권은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최악의 정권으로 기억되고 있다"라며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전두환을 찬양하는 공원이 존재하고 있다. 합천에 위치한 일해공원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일해공원에 대해, 이들은 "전두환의 범죄를 미화하고, 그의 독재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전두환은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죄과에 대해 밝히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라며 "그의 죽음이 평범한 한 자연인으로서 기억하기보다 그의 범죄를 기억하고, 그의 독재를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일해공원에서는 전두환의 분향소가 차려지는 등 그의 범죄를 미화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굴곡진 역사를 곧게 펴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퇴행의 싹을 틔우게 된다. 합천의 일해공원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직도 오월의 상흔이 채 치유되지 않았음에도 생채기를 내는 일이 허다 하지만 그 막장은 전두환 공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하는 기관인 국회가 이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라며 "전국의 자치단체가 자치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역사를 더 굴곡지게 하는 일을 벌이지 않도록 법률을 제정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오는 21일 오전 옛 새천년생명의숲에서 "전두환 공원 폐지 및 관련 법률 제정 국민청원운동 선포식"을 열고 청원운동을 함께하는 전국의 연대단체를 소개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사진으로 보는 '일해공원' 표지석 설치와 명칭 변경 촉구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