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시술 받고 무좀치료 서류... 수십억 보험사기

등록 2024.11.19 12:47

수정 2024.11.19 12:47

▲19일 부산경찰청이 공개한 보험사기 병원의 모습. 줄기세포 시술 글귀에도 실제로는 성형시술실로 사용됐다.부산경찰청

부산에서 병원을 설립해 실손보험 사기 행각을 벌인 의사와 브로커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로부터 허위 서류를 건네 받은 환자들은 성형시술이나 모발이식 등을 받고도 무좀·도수 치료를 받은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보험사기, 의료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의사와 브로커 등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4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비급여 치료를 한 것처럼 가짜 진료기록을 만들어 수십억 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는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2020년 12월 15일 부산에 의료기관을 설립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A씨는 결제비의 10~20%를 소개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브로커를 고용해 환자를 모았다. 손해사정사까지 두고 보험금 지급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적 문제를 처리했다.

실제론 성형·미용 시술이 이루어졌지만, 도수나 무좀 레이저, 고가의 줄기세포 시술이 진행된 것으로 서류가 꾸며졌다. 환자들은 이를 이용해 실손보험사에 64억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A씨 일당은 통원이나 입원 실손보험 한도 금액에 맞춰 이른바 세트 상품까지 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사기 병·의원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형법 114조(범죄단체 등의 조직)를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A씨 등이 단속에 대비해 텔레그램으로 연락체계를 만들고, 브로커를 통한 소개·예약 환자만 진료하는 등 조직적 범행을 저지른 점을 이유로 들었다.

환자 중엔 511명(22%)이 보험설계사로 파악됐는데, 경찰은 관련 기관에 행정처분 요청과 함께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이는 실손보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를 애초에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보험사기에 연루된 이들만 2353명에 달해 경찰은 후속 조처도 강조했다. A씨 일당 외에도 환자들 가운데 750여 명을 검찰에 넘긴 부산경찰청은 "금융감독원‧손해보험협회와 협력을 통해 방대한 양의 보험청구서, 의료기록지를 분석했다"며 수사 의지를 계속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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