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 당시 오희옥 애국지사가 옛 애국가(올드랭사인 곡조)를 선창하는 모습 (JTBC 유튜브 생중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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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선열의 날'이었던 지난 11월 17일,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했다. 독립운동가 오희옥 애국지사의 별세 소식이었다. 향년 98세.
오희옥 지사는 2018년 3월 뇌경색으로 갑작스레 쓰러진 이후, 오랜 시간 병상에서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생전에 지사와 나눈 약속이 있었기에, 그가 다시 일어서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응원했지만, 애석하게도 지사는 우리 곁을 떠나고야 말았다.
마지막 여성광복군, 오희옥
오희옥 지사는 1939년 4월 중국 류저우에서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韓國光復陣線靑年工作隊)에 입대한 뒤 일본군 정보 수집, 초모(招募), 연극·무용 등을 통한 한국인 사병에 대한 위무 활동에 종사했다. 이후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가 한국광복군 제5지대로 편입됨에 따라 광복군 대원으로 활약했으며,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여당인 한국독립당 당원으로도 활동했다.
지사의 집안은 3대에 걸친 독립운동가 집안으로도 유명하다. 할아버지 오인수는 의병장이었고, 아버지 오광선은 신흥무관학교 교관, 서로군정서 별동대장 및 경비대장을 역임했으며 어머니 정현숙 역시 만주에서 독립군의 뒷바라지와 비밀 연락임무 등을 수행했다고 한다. 언니 오희영도 광복군 출신이었다.
오희옥 지사는 생존 독립운동가 중 '마지막 여성독립운동가'였다. 이제 지사의 서거로 생존 애국지사는 총 5명(국내 4명·해외 1명)만 남았다고 한다.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
오희옥 지사와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독립운동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가 지사를 처음 대면했다. 당시 국가보훈처 온라인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던 나는, 식장에서 우연히 지사를 만나뵙고 설레는 마음으로 먼저 인사드렸다.
독립운동사를 전공하는 역사학도로서 생존 독립운동가를 만나뵙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행사 중이라 길게 대화를 나눌 수 없었기에 "나중에 꼭 인터뷰하러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리며 훗날을 기약한 바 있다. 나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그러자고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끝내 인터뷰는 이뤄지지 못했다. 생전에 지사와 나눴다는 약속이 바로 이것이다.
지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송구스러운 마음에,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도 배웅코자 20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사회장 영결식에 참석했다. 행사 시간이 되자 장송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지사의 유해를 모신 소관이 국방부 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식장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