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서울역 학생시위 주역들이 20년만에 토론회를 연다

등록 2000.05.10 13:04수정 2000.05.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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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민주화의 봄. 5월 14일과 15일에 서울역과 전국 주요도시에서는 총학생회가 주도한 대규모 학생시위가 있었다. 특히 서울역에는 1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운집했다.

그러나 이 시위는 총학생회장단의 결정에 따라 5월 15일 밤 자진 해산되었고, 5월 17일 이화여대에서 전두환의 신군부가 계획하고 있던 정권찬탈 음모를 저지하기 위한 향후 투쟁계획을 논의하던 전국총학생회장단이 회의장을 급습한 경찰 병력에 대거 체포당함으로써 '서울의 봄'은 막을 내리고 말았다.

시위를 주도했던 이들은 그후 광주의 학생과 시민들이 고립된 채 전두환의 신군부와 싸우다가 막대한 희생을 치른 데 대해 적지 않은 죄책감을 지니고 살아왔으며 이른바 '서울역 회군'에 대한 비판을 묵묵히 감수해 왔다.

그러나 77학번에서 80학번에 이르는 '민주화의 봄' 세대 중에는 80년대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사회운동 등 여러 분야에서 헌신적으로 일한 이들이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80년 봄의 대규모 학생시위가 학생운동의 인적 기반을 단기간에 급속하게 확대함으로써 80년대 민주화운동과 사회운동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널리 인정받고 있다.

80년 봄의 학생운동은 뒤이어 벌어진 광주민중항쟁의 그늘에 묻혀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된 역사적 조명을 받아보지 못했다. 당시 시위 주역들은 그 사이 40대 중년이 되어 사회 각 분야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지만 20년의 세월 동안 다시 모이거나 네트웍을 만들지 못한 채 살아왔다.

이제 '민주화의 봄' 20주년을 맞아 당시 학생운동의 주역들은 <1980년 학생운동, 그후 20년>이라는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당시의 학생운동을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토론회는 당시 학생운동 주역 가운데 감옥을 산 사람들의 모임인 '1980년 민주화운동 동지회'와 당시 각 대학 총학생회 간부 모임인 '1980년 전국학생회장단 모임(준)',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가 곧바로 군에 징집당한 사람들의 모임인 '9.4동지회'가 중심이 되어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는 1980년 학생운동의 공과를 평가하고 지난 20년 동안 사회 각 분야에 흩어져 활동했던 당시 학생운동 세대가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예정이다.


토론회 일시는 서울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던 1980년 5월 15일을 기념하여 2000년 5월 15일(월요일) 오후 7시, 장소는 참여연대 건물의 철학카페 느티나무(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잡았다.

발제자는 윤여연(80년 당시 숭실대 총학생회장, 현 인간해방실천협의회 운영위원장, 제1주제 '80년 학생운동은 한국사회운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씨와 도천수(80년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 당시 고려대 복학생, 제2주제 '80년 민주화의 봄 주역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씨이며, 지정 토론자는 박석운(노동정책연구소장, 관악민주포럼 대표), 유종순(당시 한성대 단대회장, 현 열린사회시민연합 대표), 이승정(한신대 학생회 총무부장, 현 목사) 등 3명이다.

사회는 유시민(당시 서울대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 현 시사평론가) 씨가 맡는다. 약 1시간에 걸쳐 발제와 지정토론을 마치면 참석자들과 발제자, 토론자들 사이의 자유로운 의견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토론회 참가자격은 제한이 없으나, 주최측은 1980년 민주화의 봄 당시 학생운동과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되었던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고 있으며, 이 토론회가 당시 학생운동 주역들이 앞으로 활발하게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토론회는 저녁식사를 겸하여 진행할 예정이며 참가비는 2만원. 물론 돈이 없는 사람은 내지 않아도 입장이 허용된다.

덧붙이는 글 | 제가 직접 참가하는 토론회를 기사로 쓰게 되어 '전통적인 매체'의 관행에 비추어 보면 좀 쑥스럽군요. 하지만 당사자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마이뉴스의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제가 직접 참가하는 토론회를 기사로 쓰게 되어 '전통적인 매체'의 관행에 비추어 보면 좀 쑥스럽군요. 하지만 당사자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마이뉴스의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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