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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 예순날을 잘 견뎌준 뱃속의 둘째 다운에게
“뱃속에 있을 때나 잘하지”
혹시나 네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쓴다.
그래, 네 오빠를 맞이할 때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어.
엄마, 아빠가 모두 직장생활이 바쁘기는 했지만, 엄마를 통해 들려오고 느껴지는 모든 변화가 온통 관심의 대상이었고, 신기했지. 수없이 이름도 불러주고 이야기도 많이 했어. 아홉달 남짓 되는 기간 내내, 엄마는 왕비였고, 오빠는 뱃속의 왕자였지.
그래, 그래, 네가 뭘 서운해 하는지 알아.
하지만 바깥 일을 그만두고 하루종일 집에 갇혀 ‘미운 세살’의 네 오빠와 지지고 볶는 엄마에게 너를 쓰다듬으며 책읽고 명상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 들으며 이야기 나누고 노래도 불러주는 그런 한가한 ‘태교’를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단다.
아빠는?
나라도 날카로워진 엄마를 이해하고 곁에서 돕고 보살폈어야 했는데, 무심했지. 게다가 얼마전에는 네 엄마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그렇게 큰소리를 질렀지. 네 오빠로 인해 생긴 다툼이었지만, 뱃속에 너의 존재를 무시한 무자비한 폭력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런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너는 초음파 검사를 해보면 늘 달 수보다 작은 상태로 엄마, 아빠에게 무언의 경고를 보냈고, 달이 차가면서 엄마, 아빠는 네게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점점 커졌단다.
‘둘째는 다 그런 거야’,
‘부모가 조마조마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면 아이가 예민해져’,
‘그러니까 둘째들이 오히려 성격도 둥글둥글하고 원만한 거야’
이런 세간의 이야기로 위안도 해보지만, 역시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결과를 기다리는 두려움이 사라질 수는 없었지
그런 우리 앞에 다가온 것이 바로 수중분만!
어느새 유행이 되어 버렸고, 뭔가 남들과 달라야겠다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또 하나의 객기기 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엄마, 아빠는 단지 널 위해 선택하고 싶었다.
어떤 의학적 판단보다도 먼저, 엄마와 아빠는 그동안의 너에 대한 소홀함을 반성하고 네가 세상을 맞이 하는 순간부터라도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어.
수중분만이 ‘폭력 없는 탄생’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모험’이라는 인식이 더 많다는 걸 알아. 당장 그동안 다운이의 자라는 과정을 함께 지켜봐 주었던 엄마의 친구인 산부인과 선생님도 “둘째는 쉬워, 물에 들어가고 말 것도 없어. 뭐하러...”라며 말리는 상황이니까.
그런데 정말 ‘모험’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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